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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Apr 22. 2024

시작은 어려워

혼자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이 삶도 나쁘지 않군'라는 생각에 불안함이 엄습했다.


함께가 될 때라고 생각해서 주변에 소개도 부탁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솎아내고 있다. 문득, 어떻게 예전에 사랑을 시작했나 돌이켜봤다.




회사에서도 만나고 헬스장에서도 만나고 소개팅으로도 만났었다. 잠깐씩 스쳐간 인연들은 오래 본 사람들도 있었는데 신기한 건 시작은 전부 내 몫이었다.


번호도 물어보고, 자주 약속과 단 둘이 있는 시간도 만들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쳤구나 싶을 정도로 전투에 임하듯 고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고백과 이후 어떻게 반응이 나올 지에 대해서도, 곧 나게 될 상처까지 어루만지면서.


후회하는 삶보다 개운하고 조금 쑥스러운 게 좋다. 용기 있는 행동이니까. 다만, 부담스럽거나 과하지 않게 정중히 마음을 표현해야겠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주 눈이 마주치는 이성이 종종 있다. 내가 험악하거나 웃기게 생겨서가 아니면 나에게 호감이 있어 자주 마주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번호를 물어보면 1명은 줄 거야'라는 생각으로 들이받았었다. 결과는 어떨지 몰랐지만 내뱉어야 속이 편했다.


어렵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두렵고 무섭다. 자주 가던 장소에 머쓱함과 쑥스러움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근데, 어쩔 수 없다. 나로 사는 이상 표현해야 한다.


아직 한 번도 먼저 호감을 표하는 이성을 만난 적이 없다. 길을 지나다 호감을 표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드라마 속 세상은 현실과 사뭇 다르듯.


서서히 조급함과 참을 수 없는 감정들이 벅찬다. 터져버릴 듯한 마음은 고무줄로 팽팽하게 만든 손가락처럼 터질 듯 부풀고 있다.


조금은 살만해졌거나, 오롯이 혼자의 삶을 만끽했기 때문일까. 어떤 의미로든 긍정적인 방향이니까. 벚꽃이 지고 장미가, 내 삶에도 사랑으로 피어나면 좋겠다.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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