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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할 용기

by 아론

따뜻하고 주변을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으로부터, '지인들을 더 잘 챙겨주고 싶은데, 부담스러워할까 봐 두려워. 내가 상처받는 것도 그렇고'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을 좋아한다. 마음 맞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며 유대감이 깊어지는 순간을 즐긴다. 그런 나도 모든 사람과는 친해지지 못한다.


배려가 느껴지지 않거나, 거리를 원하는 사람. 그럴 때는 조심히 자리를 피한다. 그렇기에 거리만 두면 다 좋은 줄 알았고, 온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상대방과의 간격은 필요하지만, 나를 그 간격에 맞추는 건 다른 사람처럼 살게 한다.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과,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인연의 끈이 얇아서일까,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관계가 깊어지지 않기도 한다. 얕고 넓은 호수보다 좁고 깊은 블루홀이 좋다. 다치고 아플 수 있지만, 그것도 묘미니까.




혀끝을 맴도는 말들을 주워,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따뜻한 핫팩을 넣은 코트는 밖에서도 온기가 느껴지듯 다들 그 배려를 알고 있으리라고.


나 역시, 다가가는 사람이기에 거절당하는 순간이 두렵다. 그래도 두려움을 느끼며 적당한 거리에서 다가가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 핫팩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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