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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눈앞의 욕망

by 아론

음식을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과, 한잔의 술은 그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주기에 충분하다. 배달시킨 치킨과 맥주가 지방밖에 되지 않으리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못 먹고 자란 당신의 서러움에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셨다. 때문에, 고등학교 때까지 배고픔을 몰랐다.


아버지의 벌이가 녹록지 않아, 어머니도 부업에 동참하셔야 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늘 음식은 풍족했다. 고기도 제일 좋은 걸로, 야채도 가장 싱싱한 걸로.


100kg가 넘자, 더는 체중계에 오르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다이어트를 한 후 음식을 씹다 뱉기만 한 날도 많았다. 다행히도 지금은 정상 체중을 유지 중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는, 눈이 참 게으른 감각기관이라고 하셨다. 그저 가만히 위치한 채로 세상 모든 정보를 수용하기만 하는 감각기관이니.


이후, 나의 배고픔을 생각했다. 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눈앞의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지 못할까. 왜 지나간 끼니는 아쉽지 않아도 바로 앞의 음식은 아쉬울까.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이 쓰였다. 보이지 않는 옷이나 신발보다, 광고에 올라오거나 친구가 입었을 때 가장 쉽게 현혹되곤 한다.




최근 적은 글에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짐을 담았다. 그래서일까 유튜브처럼 중독성이 강한 매체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모든 감각을 차단한 채, 10분, 20분이 지나고 마음속 고요함이 찾아온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도와준다. 아주 고마운 친구들.


음악이나 소리에 중독되는 경우도 있고 후각도 그렇다. 이 모두를 다 포함한 게 맛있는 음식이기에, 배부를 때도 한 숟가락을 더 목구멍으로 넘기는 건 아닐까.




나 자신을 감당하지 못할 때는 눈도 귀도 코도 닫는다. 늘 나 자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강하고, 또 약하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 부분이 도드라지곤 한다.


지나간 식사는 아쉬워하지 않으면서 눈앞의 음식은 마다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주문해 둔 치킨을 가지러 간다. 역시 나약하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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