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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불안을 넘어 삶으로

by 아론

아주 흐릿한 순간부터 불안과 함께 살아왔다. 도망쳤고 자주 울었다.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중한 관계들을 망쳐왔다. 음... 이건 너무 비약인가.





이유 없이 아팠다. 몸이 아픈가 싶어 과식으로 에너지를 채웠다. 불필요한 살덩이가 몸을 휘감는 느낌이 싫었다. 소아 비만이었던 나였기에 살찌는 걸 극도로 경계하면서 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싫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순간을 넘어도 봤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고개 숙이고 넘어서지 못한 경우들이 그랬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성취보다 강하게 내 미래를 잡아당겼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 싫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원인이 아님을 느꼈고 변화를 갈망했다. 운동도 해보고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갔다. 그리고 텅 빈 껍질 속 웅크린 나 자신을 느꼈다.




나는 나를 알아야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걸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를 좀먹는 생각들은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고 싶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친구, 주변 지인들과의 대화는 강력했지만 순간에 불과했다. 더 빨리 낫고 싶었다. 낫고 싶다는 건 내가 어떤 병에 걸렸다는 거겠지. 우울감이라는 표현보다 우울증이 맞겠지.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창피할 수도 있다. 나의 결함의 기록이 될 테니까. 하지만 결핍과 함께 살아온 내가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면 이 글은 그로써 가치가 있다.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이 글들을 연재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는 쓸모를 많은 분들이 찾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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