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도망쳤다.
사지가 찢어질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최선의 선택이었다.
끌어안고 몸부림쳐봤다.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으려 부르짖었다.
모든 힘을 소진한 채, 재가 되었다.
왜 포기하고 돌아가는 자에게 손가락질하는가,
돌아간다 하여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사랑한 만큼, 갈망한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더 많이,
내려놓는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켜켜이 먼지 쌓인 책상 속의 기억들은,
떠나간 이의 사진처럼 형언하기 어려운 아픔이 있다.
잊으려 해도 결코, 잃어버릴 수 없다.
미래를 보는 힘이 나에게 생긴다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시작하는 게 두렵다.
모르고 시작했을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