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깨달음

날씨가 좋네요.

짧은 글

by 아론

오늘은, 맑아서 좋다.

맑은 날에는 푸르른 하늘과 알알이 박힌 별들이 좋다.

멀찍이 떠있는 햇빛마저 따사롭다.


오늘은, 흐려서 좋다.

흐리멍덩함이, 우울한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좋다.

혼자 떠있는 배가 된 것처럼 심심하다.


오늘은, 비 와서 좋다.

시원하게 내려 붓는 빗소리가 모든 것을 쓸어갈 것 같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을 만큼 선선하다.


오늘은, 흐린 뒤 맑아서 좋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흘러가면 그만이라는 듯 어른스럽다.

이런 날엔 하늘을 두 번은 더 올려다본다.


그 어떤 날에도, 오늘 날씨가 좋다고 생각한다.

좋음에는 주관적인 감상이 들어있기에, 내가 정하는 거니까,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충분한 거니까.

시점의 차이가 아닐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름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