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글
해가 갈수록 전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떠나보낸다.
그 비율은 점점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운다.
만남은 가볍고, 이별은 무거워진다.
사랑했던 것들과의 작별이 두렵다.
너를 사랑했던 것들이라고 부를 날이 온다고 말한다면,
나에게 어떤 말을 할까 두렵다.
가게의 상호명이나, 기업의 이름이 그 사람과 같을 때,
괜스레 내 마음을 들추는 그 순간이 미워진다.
아직, 내가 그 사람과 함께한 순간을 잊지 못하는구나
스치듯 지나간 그 사람의 실루엣이 나를 괴롭혔다.
이미, 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지만 집중하지 못했다.
비슷한 머리나, 얼굴형만 보아도 마음이 내려앉았다.
함께했던 추억과 기억과 사진들을 정리한다.
메신저의 기록이나 연락처를 먼저 지운다.
다쳤으니 우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인다.
상처가 덧나고, 밴드가 떨어지면 통증을 호소한다.
따갑고 아프며, 피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내가 아파하고 있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만병통치약인 시간이 치유해 주면, 굳은살이 돋아난다.
단단하게 피부를 포갠 그 듬직함이 썩 마음에 든다.
영원히 나를 지켜줄 것만 같다.
최근 클라이밍을 하면서, 손의 굳은살을 갈아내는 사람에게 물었다.
굳은살이 있으면 더 좋은 게 아니냐는 말의 돌려받은 답변,
'굳은살이 떨어져 나가면 살이 통째로 뜯겨나가요.'
주기적으로 굳은 살도 갈아내 주듯, 어렴풋한 기억도 어루만져야 한다.
영화나 책이나 음악은, 기억을 추억으로 만든다.
닿을듯한 그 느낌과 향수가 몸을 감싼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음만이 축복이며, 아름답다고 한다.
그때가 가장 좋았더라고, 나를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말은, 시간도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