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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 살짝 앉는 버릇

by 아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중심이 무너질 때

무릎을 살짝 접는다.

뻣뻣하게 굳은 다리보다 살짝 접으면 중심이 잡힌다.


삶에 부치는 일들이 많았다.

성공에 가려진 도전에는

수많은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서서히 약해졌고 놓고 싶었다.

다 내려놓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쉴 새 없이 쌓아왔다.

늘 눈코뜰 새 없이 일해왔다.

성실함과 순수함은 철저히 이용당했다.


친구와 낭만에 대해 논하다,

현실과 기회주의적인 성질에 대해 논했다.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끝과 끝은 닿아있었다.


누군가 그만하라고

거기까지만 해도 된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어디일까, 내가 쓰러질 곳은.


힘들 때면 무릎을 살짝 접는다.

거세게 부는 바람에 가지를 흔드는 나무처럼,

다만, 뿌리와 기둥은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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