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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by 아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남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행잎이 흩날리고, 은행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을날, 길을 걷다 지나치는 상대의 눈이 내 옷차림에 머물렀다. 위에서 아래로 훑고, 미묘한 표정을 남긴 그의 그림자가 나를 돌아보게 했다.


너무 과하게 입지는 않았는지, 색감이 맞지 않거나 신발이 너무 튀는지 등을 살폈다. 글쎄, 평소 내가 입고 다니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일까. 아침에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나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오늘 입을 옷과 스타일을 정했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안 좋게 평가한다고 짐작했던 걸까.




생각이 많은 기질을 이용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으려 노력해 왔다. 상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경우에도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가 나와 같다고 생각했을 때, 특히 그랬다.


다시 길을 걷던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나를 평가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그를 평가했고, 그가 평가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에 잠식되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나를 또 다른 잣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전신 거울에 서서 다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역시, 고칠만한 부분이 보였다. 양말이나 셔츠의 색감 정도. 아침의 이성적인 나와 저녁의 감정적인 내가 서로 다른 시야를 갖고 있던 것이다.


이건 과연 의미 있는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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