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걸까, 지쳐 있었다.
피곤한 걸까, 분명히 피곤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생각마저 잠시 위탁하듯 쉬어냈다.
몸을 눕히고, 마음을 다독이며 자고, 책장을 넘겼다.
게으름을 탓하지 않는다.
지금 내게 필요한 시간임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부담스럽다.
천천히 준비하면 다 괜찮아질 걸 알면서도,
종일 마음 한편이 불편함으로 가득하다.
멍하니, 멍하다.
창 밖이 소란스러워 그런 건지,
내 안이 소란스러워 그런 건지 분간이 안된다.
떠오르는 것도, 남는 것도 없는 하루.
그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