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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삶 풀어내기

by 아론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다시 겨울이었다.

그래도 다시 봄이 오겠거니 싶지만

맨살에 닿는 겨울의 한기는 살을 에인다.




어장 관리를 당했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일상을 나누던 그녀와

함께하던 취미가 아닌,

영화를 본 후 식사 자리까지 분위기를 이어갔다.


최근 손을 다쳤기에 병문안을 핑계로 가져온

작은 꽃송이와 함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예의도 없고 예상치도 못한 답이었다.


'아직 전에 만난 사람을 잊지 못해서 답변을 못해주니 기다려 줘'

라는 대놓고 어장 속 물고기로 두겠다는 말에

당황스럽고, 어이없었다.




이미 헤어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 못 잊었다니,

이해가 안되지만 그러려니 하려고 했다.

게다가 마침, 영화를 보던 중 함께 아는 동생으로부터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던 터라

그럼, 이 친구에게 받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자 눈빛이 변하고

손을 억지로 잡으려는 등 다양한 스킨십을 시도해 왔다.

기회비용의 손실을 아까워한 듯한,

나 자신이 남 주기는 싫고 내가 가지기는 싫지만

마지막 세일이라 사게 되는 옷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오전에 마음을 정리한 뒤

동생에게 소개를 부탁한다고 연락했다.

하지만 그 동생도 연락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녀가 어떤 말을 한 걸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인간관계가 하나 사라지게 되는 걸까.

내 잘못은 없지만 이 상황 자체의 잘못을 나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고질병이다.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무엇이 최선일까.

이미 상황 속에서 해야 할 최선은 다 했다.

하늘에 맹세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강압적이거나 나만 원해서 한 행동은 일절 없었다.


해명을 하기 위해 타인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가장 좋은 방법인 정공법으로 나아가곤 한다.


소속된 모임의 장이나 운영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 의사를 분명히 표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그다음에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 몫이 아니다.


그녀와 썸을 타던 상황에서,

식사 자리가 생기면 다들 재밌는 가십거리라도 본 듯

시시덕거리는 모습도 꺼림칙을 넘어 다소 역하게 느껴졌다.

왜 다들 남의 삶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걸까.


여하튼, 내 삶의 봄이 또 하나 지나갔다.

꽃샘추위이길 바라는데,

다시 겨울이 온다 해도 괜찮다.

봄은 언젠가 반드시 올 테니까.


아닌가, 이토록 아팠다면 겨울이었던가.

봄은 오긴 할까.

다시, 해야 할 일들을 하며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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