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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기로 했다.

근황 넋두리 - 001

by 아론

믿었던 모임의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앞서 언급한 적이 있듯이, 사회적 성향의 나에겐

누군가와의 관계 단절이 무척 두려웠다.




감정의 파고가 잦아들 때 즈음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리하는 방법을 썼다.

잘못의 주체가 누구인지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감정 장난감으로 쓰였다.

그리고, 함께하던 모임의 친구들은 내가 아닌

그 사람의 말을 믿었다.


여기서 나의 잘못은 어디에도 없다.

즉, 내가 책임지고 바꾸어야 할 부분이 없다.

다만 상처받은 내 마음은 달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가장 먼저, 그들에 대한 모든 기대를 거두었다.

누군가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든다는 건,

어떠한 행동과 마음이 깃드리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즉, 사랑과 기대를 모두 거두면 감정이 잔잔해진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당사자와,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을 찾아 상황에 대한

'해명'이 아닌 '설명'을 했다.

그리고 그 어떤 공감, 대책도 바라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들'이라는 집단에 속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아직, 과정 속에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이야기만을 전하고,

운영진들에게는 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함을 서운해했고,

당사자에게는 적확한 표현으로 서운함을 표할 것이다.




다툼이 있을 때, 백 마디 욕설보다 더 상대방을 후벼 파는 건

'당신의 언행으로 인해 무척 서운하다'라는 말이다.

파급력을 알기에 꼭꼭 숨겨놓는 무기이지만,

필요할 땐 꺼내 휘둘러야겠지.


정리하고 보니, 내가 책임져야 할 건 오직 '나'였다.

갈기갈기 찢긴 나의 마음을 다시 조립하고, 붙여야 한다.

조금 어긋나도, 뭐 어때?

새로운 내가 알에서 깨어날 조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나는 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나를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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