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날

by 아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시험도 당연히 있겠지만,

지금 끝내지 않으면 다음에도 같은 시험을 봐야 한다.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시험 기간에는 돌아가는 드럼세탁기에도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다.


유튜브로 라디오처럼 틀어놓는

LO-FI 음악들을 하염없이 헤엄친다.

이러지 않으려고 알고리즘도 꺼놓았건만.


뭐에 홀린 사람처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정신이 흩날린다.

어떤 곳에도 집중은 없다.




아스라이 흩어져가는 정신줄을 이성이 붙잡고

본능이 저버린다.

악을 쓰고 딴짓에 최선을 다한다.


평소라면 하지도 않던 게임이나 동영상에 한 눈을 판다

그런 것들과 교환하기에 소중한 시간임을 알고 있음에도

기꺼이 손해 보는 장사를 감수한다.


환율 따위를 신경 쓰지 않더라도

왜 바꾸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잘 모른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런 날들이 이미 많았기에

더는 방황할 수조차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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