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낯설지만 다정한 시작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지금은 말해요

by 샙대디

4월, 나는 출산휴가를 시작했다. 처음엔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필요하면 육아휴직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출산 후 아내의 곁을 잠시 지키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품에 안고 하루를 보내보니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고, 가벼운 예측이었는지를 금세 깨달았다.


아내는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유와 육아에 매달리고 있었다. 참고로 아내는 완모를 목표로 하루에도 여러 번 수유를 이어가고 있다. 그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해야 할 일은 그보다 더 많았다.


수유 리듬에 맞춰 잠이 쪼개지고, 식사를 차리는 일조차 전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가 내 품에서 잠들고, 아내가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는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루는 너무 짧았고, 내 시간은 거의 없었다. 동시에 감정은 더 깊어졌다. 아기의 작은 몸짓 하나,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 하나에 예민해지고, 함께 흐르는 시간에 더 마음을 기울이게 됐다.


회사를 향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 육아휴직을 6개월로 연장하고 싶습니다.”


그 선택이 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솔직히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기, 이 아이, 이 아내의 곁을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7월 17일.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안의 감정과 경험은 농도 짙게 쌓였다. 새벽에 울음을 달래던 기억, 손끝에 느껴지던 체온, 가끔 지친 눈으로 멍때리던 아내의 얼굴까지ㅋㅋ


약간의 여유가 생긴 우리는 요즘 주로 저녁밥을 먹으며 하루를 이야기한다. 예전엔 주로 아내의 말을 듣는 쪽이었다. 나는 내 얘기를 길게 꺼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내는 그런 나를 존중해줬다.


그런데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조금 달라졌다.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몸은 고단해도 마음엔 자꾸 생각이 쌓였다. 그날 아기와 있었던 일, 내가 만든 식사의 작은 성공, 때때로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들.


그리고 저녁밥 앞에 마주 앉은 아내에게, 나는 자꾸 이야기하고 있었다. 육아가 우리를 바쁘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말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었다.


가정의 중심에 선다는 건, 단지 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선택하고 참여하며 관계의 온도를 유지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이, 꽤 값지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의 이 시간은 더 귀하고, 더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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