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새벽을 시작한 아이

고요한 새벽의 존재감과 사랑

by 샙대디
IMG_4509.JPG 아빠와 오래오래 서로의 온기를 나누자 샙.

밤이 깊어가면, 한 지붕 아래 서로 다른 두 개의 밤이 조용히 흐른다.

안방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잠을 자고, 집에서 가장 안쪽 조용한 방에서는 아내가 쉰다.


모유 수유 중인 엄마는 잠귀가 밝다.

아이의 숨결 하나, 뒤척임 하나에도 쉽게 잠에서 깨곤 했다.

수유를 마친 뒤에도 이어질 잠을 온전히 보장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의 깊은 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결정이었다.

모유의 향은 아이의 후각을 자극해 다시 깨울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분리했다.


아빠는 아이의 신호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듣는다.. 들으려고 한다.

(멀리있는 엄마가 더 민감하게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새벽 수유를 마친 아내가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긴 후 내게 건네면

나는 살며시 안아 아이의 등을 두드린다. 그리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나는 사실, 잠에서 막 깬 아이의 얼굴이 제일 귀엽다.

부스스한 눈, 뺨에 눌린 이불 자국, 미처 다 사라지지 않은 졸음이 얼굴에 남아 있는 그 모습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 나를 웃게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돌린다.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아이가 나를 인식하고, 다시 잠들지 못할까 봐 자중한다.


가장 귀여운 얼굴을 애써 외면한 채, 슬쩍 눈길만 주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런 날에는 아이가 나를 안다.

눈이 마주친것도 아닌데, 본인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올리며 잠에든다.


눈 맞춤 하나 없이, 오직 그 미묘한 표정 하나로 이 작은 존재는 내 하루를 다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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