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전후, 첨가물 없는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고집과 이유
아직 우리 아이는 이유식을 시작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식탁 위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고민 중이다. 아기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음식이자, 세상과의 첫 접촉이라면 그 한 숟가락에는 최대한 안심할 수 있는 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가 이유식을 ‘언제 시작할까?’에 집중하지만, 나는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에 더 관심이 많다.
‘첫밥’이니만큼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 그리고 안정성에 대해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고기를 먹인다면 grass-fed(목초 사육)을 선택할 예정이다. 곡물 사료로 빨리 키운 육우보다, 초지에서 자란 소는 지방산의 조성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고기가 좋다”는 차원이 아니라, 항생제, GMO 사료, 성장 촉진 호르몬 등으로부터의 거리를 고민하는 것이다.
채소는 가능한 한 친환경 재배 혹은 저농약 인증 제품을 쓸 것이다. 유기농이라는 말 하나로 안심하긴 어렵지만, 잔류농약 테스트를 통과한 재료인지, 언제 수확되어 어떻게 보관되어 유통되었는지까지 살펴보고 싶다.
아기 이유식에 소금을 넣지 말라는 말, 많다. 하지만 나는 적절한 시점에 자연염(천일염, 암염 등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을 음식을 해치는 수준이 아닌, 식재료 본연의 맛을 도와주는 수준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소금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어떤 종류를 사용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소금의 선택’이, 아기의 미각 형성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발효식품은 신중하게, 그러나 시기를 보아 일찍 경험시킬 생각이다. 다만 이 선택은, 많은 부모들이 궁금해 하거나 다소 낯설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기 이유식에서 소금간조차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류처럼 짠맛이 강한 발효식품을 쓴다는 것이 오히려 모순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고려하고 있는 발효식품은 첨가물이 일절 없는 전통 한식 간장과 된장이다.- 한식간장은 오로지 메주, 소금, 물로만 발효된 간장이며,- 된장은 메주와 소금만으로 만든 재래식 한식 된장을 뜻한다.
이런 전통 장류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 소화기 건강, 미량 미네랄 공급 면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된장의 사용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된장 특유의 짠맛과 향은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다소 강할 수 있기에,
간장 위주로 먼저 시도하고, 된장은 아이의 반응과 시기, 조리 방식 등을 더 살펴가며 결정할 생각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언제부터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아이의 장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유산균이 좋다는 단편적인 정보보다, 아기 개개인의 장내 환경 성숙도에 맞는 방식으로 발효식품을 접근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믿는다.
이유식은 단순히 한 끼의 포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식습관을 설계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자극적인 조미료나 단맛 없이도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이 시기에 느끼게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첫 번째 기준 아닐까 싶다.
왜 아빠가 준비하는가?
보통의 시선은 ‘이유식은 엄마의 몫’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출산과 모유수유라는 두 겹의 회복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는 아내에게, 식사 준비까지 요구되는 건 때론 과한 짐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분담’이 아니라 ‘분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식탁을 내가 계속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되면 아이의 식사는 자연스레 ‘엄마의 몫’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게 아쉽다.
나는 지금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그 질서를 잠시 뒤집어보고 싶었다. 내가 아이의 첫 식탁을 책임졌다는 기억이, 단지 역할을 바꿔 맡은 에피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오래 남는 장면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가 이유식을 준비한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할에 전문성과 애정을 함께 담는다면, 그건 분명 가족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유아의 장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소화기관이다. 이 시기의 식단은 단순히 ‘먹이는 일’이 아니라, 면역과 인지, 심리적 안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성장의 구성 요소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첫 식탁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신중했으면 한다.
1. 국산 유기농 냉압착 생들기름과 냉압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 지방도 필수 영양소다. 특히 아기에게는 두뇌 발달, 세포막 형성, 지용성 비타민(A, D, E, K) 흡수에 필수다.
2. 천연 육수 베이스 – 무염 멸치, 다시마, 채소로 우리기 시판 육수 대신, 무첨가 내 손으로 우린 기본 육수를 쓸 생각이다. 특히 무염 멸치와 건다시마, 유기농 양파와 대파 뿌리는 육수 기본 3종.
3. 발효식품은 신중하게, 그러나 일찍 경험시킬 것 : 된장, 간장은 전통식 방식으로 발효된 것만 선별.짠맛보다는, 미생물 다양성과 소화기 건강을 위한 아주 작은 양으로 시작.
4. 소고기, 닭고기, 생선도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란 것 : 예를 들어 닭은 평사 방식(방목)을 선호하고, 생선은 양식보다 자연산 또는 소규모 저온 숙성 제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