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기억들

그녀의 하얀 목

by 늘 담담하게

그 남자가 말했다.

"아주 가끔 그 사람의 꿈을 꾸면 말이야, 다른 것은 나오지 않고, 항상 그녀의 하얀 목, 목덜미가 드러나는 꿈을 꾸게 돼..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 그녀가 머리를 묶으면서, 내게 몸을 돌리고 잠깐 잡아달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처음 보았어, 그녀의 목 뒤가 하얗다는 거...

그것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찌나 떨리던지... 나도 모르게 그 하얀 목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고 그녀가 머리를 풀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도 좋았지만 단정하게 머리를 묶는 게 나는 더 좋았어.. 그 하얀 목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게 괜찮았거든... 머리를 묶으려 입에 머리핀이나 고무줄을 물고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녀가 머쓱했던지 살짝 고개를 들고서 뭘 봐라고 말하기도 했거든...


머리를 뒤로 넘겨도 옆머리에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 살짝 머리카락이 드러나잖아, 가끔 손을 들어 올려 그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쓸어 넘기는... 그런 모습이 정말 좋았어... 살짝 웃는 것도... 왜 그런 꿈을 꾸는지, 그녀와 함께 했던 다른 것도 많은데 말이야... 그런 것들도,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서, 하나 둘, 기억에서 지워져 가고, 이제는 말이야..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을까? 혹시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말이야, 사람들은 별 시답지 않은 것을 다 기억하느냐고 말을 해..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왜 그 짧은 순간들은 꿈으로 다시 나타나는 걸까? "

그 남자가 다시 말했다.


"어떤 기억은 아주 사소하고 짧은 것이라고 해도, 영원히 남는 게 있는 것 같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건 좀 쓸쓸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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