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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랑이야기

6월의 편지

by 늘 담담하게

6월이 막 시작되기 하루 전.. 회사에서 그녀는 편지 한 통을 받아 들었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이 골랐을법한 예쁜 편지봉투, 발신자는 바로 그녀와 한 집에 살고 있는 그였습니다. 사소한 편지와 메모들을 주고받는 사이이기에 딱히 놀라울 것은 없지만, 이렇게 우편으로 보내지는 편지는 아주 오랜만이라 그녀는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시 한 편이 낯익은 그의 필체로 쓰여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참 어이도 없는, 중학교 다닐 때 동네 남자애에게 받아본 연애편지 이후 이런 시가 적힌 편지를 받아보다니 서른에 가까워진 이 나이에.


하지만 뭐 이 나이에 이런 시가 담긴 편지를 받아보는 여자가 몇이나 될는지...


아마 6월이 다가오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와 그녀가 좋아하는 6월.


그래서 그녀는 미소와 함께 그에게 하트모양의 메시지를 보내주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책상에는 빨간색 편지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꼼꼼하게 그의 회사 주소가 쓰여 있고.. 보낸 이를 보니 바로 그와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그녀입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푸른빛의 편지지에 낯익은 그녀의 글씨가 예쁘게 쓰여 있었습니다.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녀에게서 받는 편지.. 행복한 6월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새벽은 정말 아름다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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