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한 6월의 여행은 (1)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고 다시 비행기를 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그녀는 그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는 한국이 아닌 일본의 도쿄에 있습니다.
그는 며칠 전 회사 업무로 도쿄로 출장을 떠났고 출장 기간 동안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그녀와 짧은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결혼 이후 좀처럼 떨어져 있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며칠씩이나 떨어져 있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기분이 좀 묘한 느낌....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그녀는 다소 들떠 있었습니다. 바다를 건너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녀에게는 길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공항에 내려 무표정 한 일본인 세관원의 표정을 보며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고 다시 최종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가는 특급열차에 타고서야 비로소 낯선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도쿄에 도착하면 그와 함께 도쿄 북쪽에 있는 군마현의 쿠사츠온천을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일본 최고의 온천이라고 하는 쿠사츠온천 그곳에서 온천욕을 하며 그와 함께 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행복한 기대감이 밀려와 가득 차 있었습니다.
6월의 여행... 그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그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온천 여행이라니... 사실 이 여행에 대한 그가 말을 꺼냈을 때 그녀는 그리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까지 가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는 일도 있고 비용 문제도 그렇고, 그렇게 망설일 때 그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면... 좀 더 많은 곳을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 누가 그러더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한 게 아니라고...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사람들은 모두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질 거라고 착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아닐까 싶어... 흘러가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냥 하루를 보내고 모처럼의 기회야. 그러니 이번에는 눈딱 감고 같이 여행하도록 해. 여름휴가 때에도 우리 쉽게 어디를 갈 수는 없는 처지잖아..."
그의 말처럼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면 여행이든, 여행이 아니든 두 사람이 어디론가 함께 많이 갈 것 같지만.. 실제의 삶은 그러지 못합니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고... 그래서 더더욱 함께 하는 여행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가 또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예전에 챠이니즈 봉봉 클럽이라는 만화가 있었어. 그 만화를 그린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구의 역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자그마치 46억 년이야. 38억 년 전에 생명체가 생겨났고... 5억 4천만 년 전에 삼엽충이 생겨나서 3억 년 정도 지구에서 살았어. 그에 비하면 인간은 말이야,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만 년 전쯤 생겨났고 인간다운 문화생활을 시작한 것은... 5천 년 정도밖에 안돼. 우주의 역사를 보았을 때 지구의 역사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닌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한 거잖아. 그러니..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언제부터 당신이 그렇게 범우주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어? 어휴... 너무 장황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어려워..."
그렇게 말하는 그의 궤변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참고 있었던 여행의 욕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예상외의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했고... 그녀는 지금 도쿄를 향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차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습니다. 부디 이 6월의 여행이 행복함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