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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랑이야기

당신과 함께 한 6월의 여행은(2)

by 늘 담담하게

쿠사츠 온천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은 길이었습니다. 도쿄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그와 만나서 우에노역으로 간 다음 다시 쿠사츠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다시 온 듯 약간은 들떠 있었습니다.

"오늘 좀 아쉬웠어.. 국립 박물관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바깥에서만 잠깐 보다니..."

그녀의 투정 어린 말에 그가 말했습니다.


"내일 돌아올 때 들르지 뭐... 내일 그곳에 가게 되면 흠..... 난 일본의 3대 국립박물관을 다 가보는 셈이네..."

"그래? 3대 국립박물관이 어디 어디인데?"

"응... 도쿄와 교토.. 그리고 나라에 있는 게 3대 국립 박물관이야..."

"우와... 당신 언제 그곳을 다 가봤어?"

"교토와 나라에 있는 것은 예전에 갔었고... 우리 만나기 전에 말이야... 우에노의 국립박물관은 내일 가는 거고..."

"아까 본 조각상이 뭐라고 그랬지?"

"아까 그거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과 칼레의 시민..."

"그렇구나...."

"있잖아... 박물관에 갈 때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조각이나.. 회화 작품 같은 거 말고... 다른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데..."

"어떤 거?"

"흠....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 같은 거 말이야... 예를 들어 당신이랑 나랑 주고받은 편지 같은 것들을 전시하면 참 좋을 텐데.."


"에고... 이런 엉뚱한 사람... 그런 것들은 남에게 보이기에 좀 창피하잖아... 그런 건.. 그냥 당신 마음속에 있는 박물관에 남겨둬.."

엉뚱한 생각일까요? 가끔은 그런 박물관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지 또 어떤 마음으로 얼마만큼 사랑하는지에 관한 사랑의 박물관 같은 게 도처에 있다면 우리네 삶이 조금은 덜 메마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응..... 나중에 말이야.. 우리 집을 따로 마련하면 말이야... 그 집에 한쪽에 난 그런 박물관을 남겨둘 거야... 우리 아이들이 그것을 보며 커서 먼 훗날에는 그 애들도 그곳에다 자신들이 사랑했던 기록을 남겨 두고... 아주 먼 미래에 우리의 후손들이 아.... 우리 몇 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렇게 사랑하면 살았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어때 내 생각이?"

"어휴... 당신의 그 엉뚱한 상상에는 할 말을 잊어.... 평상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 같은 거 하지 않고 살 것 같은 사람인데... 어디서 그런 상상을 하는 거야?"

"평상시에 내가 어떻다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정한 그런 모습이잖아 새침하기도 하고..."

"말도 안 돼.. 내가 얼마나 지극히 인간적으로 따스한 사람인데... 당신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내 안의 모습은 늘 따뜻해. 그러니 무시하지 마 그나저나... 이 열차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응.. 2시간 30분이니까 앞으로도 2시간은 더 가야 할 거야"

그들을 태운 특급열차는 도쿄에서 벗어나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며 도쿄의 이웃현인 군마현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모를 거야..."

그녀의 말에 그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뭘 모른다는 거야?"

"고요한 물은 깊게 흐른다는 거... 얕은 물일수록 시끄러운 거야...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아... 사랑도 깊게 흐르면... 조용하기만 할 뿐이야... 그러니까.."

그때 그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알아...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겉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내면에 흐르는 사랑은... 엄청나다는 거..."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여전히 두 사람을 태운 열차는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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