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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이야기

10년 후에 전해질 편지

by 늘 담담하게


그와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선배가 얼마 전에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와 그녀는 안타까웠습니다.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렸는데..."


"글세 말이야... 오래오래 잘 살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사랑하는 이와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깨닫게 됩니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상대방에 모르는 것투성이고... 서로의 속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갖가지의 부조화를 조정해 나가야 하는 험란한 과정들이 그들을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이던가.. 그녀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말이야... 10년 뒤에도 같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을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10년 뒤에도 함께 살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


"가끔은 말이야... 두려워..."



어두운 거실 조명아래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밝은 모습이 아니라.. 왠지... 힘이 없고... 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이었습니다.



"뭐가 두려운데..."


조심스럽게 그가 묻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그냥... 당신과 함께 있는 지금... 난 행복하거든... 나 특별히 바라는 것 없어... 우리 엄마 아빠... 당신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항상 성실한 당신이 내 곁에 있고 바람 피할 집이 있고 우리 두 사람 지금 몸 건강하고 난 큰집도 바라지 않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그냥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래오래 웃고 이야기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


그는 옆에서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었습니다.


"김여사!!... 걱정하지 마... 10년 후에도 우린 지금 이 모습 이대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을 거야.... 난 여전히 당신 곁에서 충실한 하인일 테고... 당신은.. 더더욱 강한 마님이 되어 있을 텐데 뭘..."


"글세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김여사... 그거 기억해? 우리 신혼여행 때... 썼던 편지..."


"편지?......."


"이 사람이... 벌써 잊어버렸어?... 우리가 쓴 편지 있잖아...."


"아... 그거..."


편지.... 그 편지라는 것은 두 사람이 신혼여행 때 쓴 편지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그녀가 신혼여행으로 간 곳은 일본.... 주요 도시를 일주하는 여행이었는데... 두 사람이 편지를 쓴 곳은 나고야의 메이지무라라고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으로 그녀를 이끌어 간 그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이 메이지무라에는 말이야.. 우지야마다 우체국이 있거든.. 이곳에서는 10년 뒤의 시간으로 편지를 보낼 수가 있어... 10년 뒤의 나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말이야 10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발송해 주는 거지. 거기에 가서 난 당신에게 편지를 쓸 텐데.. 당신 생각은 어때?"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그곳에서 10년 뒤의 서로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서로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는지는 비밀로 한채.... 그렇게 편지는 완성되었고... 보관료와 배송료 300엔을 지불한 뒤 그곳을 떠나왔습니다.


편지는 일본 내의 주소지에 한정되기 때문에 수신처는 일본에 살고 있는 그녀의 외삼촌댁으로 적어둔 채.


"그 편지를 쓸 때... 난 지금의 당신처럼 10년 뒤에 혹시 우리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해본 적이 없어... 음... 잘 들어봐... 우린 말이야 10년의 기한이 되면 그 편지를 받게 될 거야... 이렇게 당신을 안고.... 10년 전에 서로에게 보낸 편지를 아무런 일 없이 행복하게 함께 읽게 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조금이라도 하지 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그의 말에 많이 안심이 된 듯합니다.


"그 편지를 쓴 지 벌써 2년이 지났으니까.. 앞으로 8년 남았네.. 그리고 우리말야... 그 편지를 받고 나면 다시 그 우체국에 가서 새 편지를 쓰자... 다시 10년 후.. 그러니까 결혼 20주년이 될 때에 또 편지를 받는 거야... 어때? 좋은 생각이지..."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재밌는 사람이야... 고마워... 그런데...."


"그런데 뭐?"


"그때 편지에 뭐라고 쓴 거야?"


"어허 이 사람... 그건 비밀이지... 뭐.. 굳이 말한다면 감사 편지쯤 되지 않을까?"


"감사 편지?"


"응... 이 모자란 사람... 10년 동안 데리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뭐 그런 내용..."


"뭐어?"




그녀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물론 그 편지의 내용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그때 쓴.. 편지... 지금도 잘 보관되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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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미에현 이세시에 있었던 우지야마다 우체국. 지금은 아이치현 나고야 메이지무라에 옮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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