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계절, 6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6월입니다.
6월! 화려한 꽃의 계절이었던 봄이 지나가고 이제 여름의 시작인.... 이 아름다운 계절. (이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표현은 순전히 그녀가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언젠가 그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6월이 좋은 거야?"
그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자기는 느껴지지 않아? 이 상쾌한 느낌 말이야..."
상쾌한 느낌이라고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하지만... 내게 있어 계절의 여왕은 6월이야... 사계절을 구분할 때 6,7,8월을 여름으로 보지만 6월은 7,8월과는 달라. 장마와 무더위, 태풍, 그런 것들이 몰려 있는 7월과 8월은 솔직히 짜증스럽잖아. 그런데 6월은 아직은 덥지 않고 활동하기도 가장 좋아.. 6월의 해 질 녘에... 강변이나.. 공원 혹은 숲길을 걸으면 시원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져. 낮동안의 회사일에서 받은 스트레스 같은 게 가라앉는 느껴지는데 그런 게 안 느껴져?"
그는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 뒤로 그런 느낌을 느끼기 위해서 6월 내내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그녀와 만날 때면 데이트 코스가 6월의 거리 걷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혼을 한 이후에도 계속되어.. 6월이 시작되면... 딱히 말할 필요도 없이 퇴근 후 그와 그녀는 그들이 사는 동네보다 한 정거장 앞 지하철역에서 만나 집까지 걸어오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의 팔을 걷고 그녀의 곁에 서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는 도시락가게에서 도시락을 사서 중간쯤에 있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저녁식사를 즐기기도 하고 던킨에서 커피를 사들고 걸으며 익숙한 거리의 풍경을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그날 하루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말없이 들어주기 기도 했습니다.
선선한 저녁거리... 그의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공원의 나무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신선한 향기. 그것이 바로 그녀가 말하는 6월의 상쾌함인 것 같은데 바람에 실려오는 장미꽃향기가 너무 좋았던 어느 날 저녁 공원에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이 계절.. 6월이 아름다운 것은 말이야... 당신이 6월에 태어나서 그럴 수도 있고... 또 날씨가 좋아서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계절이 정말 좋은 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더 행복한 거야. 우리가 이 아름다운 6월을 함께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남았을까? 앞으로 살 날을 생각하면, 한 서른 번쯤 아니면 마흔 번쯤? 인생에 있어서 서른 번이나.. 마흔 번쯤은 너무 적은 숫자인 것 같은데 많지 않아서.. 더 소중한 것 같아. 난 가끔 상상하곤 해.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안고 걷는 거 아이가 자라서 그 아이가 우리 곁을 뛰어다니며 함께 6월의 거리를 걷는 거... 당신과 내 머리가 희끈 해져서.. 손을 잡고 걷는 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 속에 작은 반짝임이 보였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 산책을 나가게 되었을 때 아마 그때에도 당신은 그렇게 말할 거야.."
그녀가 뒤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말할 것 같은데?"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습니다.
"그때에도 당신은 웃으며 말할 거야 분명히 이 아름다운 계절 6월이라고..."
그녀는 아무 말하지 않고 그의 곁으로 다가서더니.. 그에게 안겼습니다.
참 좋습니다..... 이 계절....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