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역과 같아

어쩌면 우리는 오래된 역과 같아

by 늘 담담하게

*그동안 삶과 사랑에 대한 짧은 글이라는 제목으로 주말에 연재해 왔던 코너의 시즌2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연재 요일을 바꿔 매주 목요일에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 사랑이라든가, 연애라든가, 혹은 이별에 대한 것들을 길지 않게 쓸 생각입니다. 일본 여행기를 계속 올리는 것도 지루해질 것 같기도 해서 이렇게 순서를 바꿔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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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못했던 그가 어느 날 찾아와 소주 한잔을 하는 자리에서 뭔가 내미는 게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의 청첩장이었다. 그의 청첩장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런 기쁜 소식을 뒤늦게 전해준 것이 몹시 서운하기도 했다. 한때 그와 나는 만나면 늘 푸념을 늘어놓았다.



언젠가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의 강가에 앉아 캔맥주를 한잔 할 때 그가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래된 역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 간이역은 아닌데 오래된 역... 하루에 많아야 서너 번 기차가 서는 그런 역말야.. 날마다 나가서 누군가 올까 싶어... 아침부터 기다리지만... 기차가 서도 내리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그런 역.. 왜 내가 서 있는 역에는 아무도 내리지 않는 걸까? 난 늘 꽃을 들고 그 역에 서 있는데 말이야... 그냥 기차를 타고 가다가.. 아! 이 역 예쁜데 하면서 잠시라도 내려줄 사람은 왜 없는 걸까? 세월은 가는데 이 역에는 정말 아무도 내리지 않아.."



그때 내가 말했다.


"거기서 우리라는 단어를 빼줄래..."


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다.


"그럼 뭐.. 넌 버스 정류장이냐?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는 하는데, 정작 네가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 그런 버스정류장 말이야.."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맥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아니, 버스 정류장에 같이 서긴 하는데.. 그런 거 있잖아.. 항상 저 먼저 갈게요라고 하면서 먼저 버스를 타고 떠나는 그런 거야.."


그의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 잠시 뒤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 청첩장의 주인공이었다.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다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 어떤 사람이 이 오래된 역에 내렸을까... 궁금했는데 그쪽이셨군요..."



전혀 엉뚱한 말이었을 텐데, 잠시 뒤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다가 내릴 역을 지나쳐 내린 거예요, 엉뚱한 역에 내려서 주저앉게 되었네요 "



그 말에 우린 배꼽을 잡으며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