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에 대한 짧은 글

1. 벚꽃나무 아래서 사과하다.

by 늘 담담하게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오늘 제가 펜을 든 것은 20대 후반에 만났던 사람이 갑자기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갑자기라니까, 그가 그리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오늘 낮 회사 앞 공원을 거닐다 눈부시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낮에 보았던 것처럼 벚꽃 잎이 바람에 눈처럼 떨어지던 날, 저는 그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지금 와서 결별의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때 그의 표정, 갑작스러운 이별 선언에 당혹스러움, 슬픔, 분노 등이 그의 얼굴을 스쳐가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그가 겪어야 했을 마음의 고통등을 그때는 헤아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날의 충격 때문이었을까, 다른 이에게 전해 들은 소식은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는 애써 무시했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잊고 살아왔는데,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난 것입니다. 남녀 사이에 헤어지는 이유는 수만 가지가 되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때 제 행동은 무례했고,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한 일이지만, 뭔가 누군가에게는 그때의 미안함을 말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사연을 적어 보냅니다. 사연을 읽고 보니, 이별을 당한 사람이나, 이별을 말한 사연의 주인, 모두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제 와서 두 분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도 말이 안 될 것 같아, 시 한 편을 그 남성분에게 전해드립니다.


벚꽃 나무 아래서 사과하다/김경미


활짝 핀 꽃그늘 밑을 지나가다

문득 생각했지요.


내가 망쳤구나.

그의 이십 대를...

이토록 젊고 눈부실 그 사람 인생의 봄을

갑작스런 이별통보로

내가 엉망을 만들었구나.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그 젊음.

그 화창한 시간을 내가 그랬구나.

문득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때의 갑작스런 마음이

변화도 어쩔 수가 없었으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고 변명하면서

봄꽃 활짝 핀 그늘 밑에 잠시 멈춰 서서

미안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그 사과 전하려 직접 만날 생각은

영원히 없지만

그 사람 어느 날 활짝 핀 벚꽃 아래를 지나다

날 떠올리지 않고도

그냥 뭔갈 다 용서하는 기분이 되길


옛일 따윈 잊고

지금 참으로 단란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활짝 핀 청춘의 벚꽃 나무 아래를 지나며

그렇게 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봅니다.

부디 이제 두 분 다, 옛 일을 묻어두고, 각자의 삶에서 행복하시길~


*방송에 소개되는 사연의 형식으로 써본 단편 에세이 혹은 소설 같은 글이다. 그저 이런저런 글을 습작으로 계속 써보려고 한 건데, 김경미시인의 글을 우연히 듣고 써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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