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문학, 기타 등등-7.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에피톤 프로젝트, 이화동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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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오면 이 노래를 꼭 들어줘야 한다. 벚꽃 내리는 4월이면 더 좋지만, 사실 나는 이화동에 대한 추억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가본 이화동의 골목길을 돌아보면 오래전, 감수성 예민했던 20대의 눈부신 기억들이 떠오른다.


우리 두 손 마주 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2010년 5월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14년 전이다. 이 노래는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의 작사 작곡이고 실제로 그가 불렀지만 이 노래가 유독 마음에 와닿은 건 한희정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해서, 여러 차례 글로 쓴 적이 있다.


다시 돌아보면..


"한희정의 경우, 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한 느낌도 있고, 어떻게 보면 건조한 것도 같은데 한편으로는 몹시 슬프게 들린다. 잔혹한 여행 같은 경우는 무미건조함이 강한 것 같고.. 넬이 피처링한 멜로디로 남아에서는 귀에 속삭이는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이고.. 앞서 말한 이화동이나, 그대는 어디에 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뭔가 아련한 슬픔 같은 걸 느끼게 한다. 미처 뭔가 다 전하지 못하고 와버린 지난날의 어딘가에 남겨 놓은 미련, 혹은 첫사랑의 추억 같은..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이는 그렇게 말했다.


"어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가을날의 역 같은 데서 마주친 첫사랑 같은 느낌이야.... 서로 마주쳤는데 그녀는 갓 스무 살의 어린 여자애고.. 난 성인이 다 돼버린... 정말 슬픈 거지...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하고... 그러면서 어떡해라고 내게 말하는 거야.. 그런 그녀를 보는 나도 슬픈데... 눈물 흘리지 못하고 그녀만 지켜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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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글에 이렇게 썼다.


"가장 공감하는 것은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라는 부분이다. 흔히 이야기하듯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에 더하자면, 그대에게서 나던 레몬 향기... 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함께 걷거나 차를 타고 갈 때, 그 사람의 머릿결을 찬찬히 살펴보곤 했다.


그녀는 대개 한쪽 머리를 귀뒤로 젖히곤 했었다. 그리고 한 가닥의 머리칼이 흘러내리게 했었는데 그것을 보면 가슴이 설레곤 했다. 거기다가 머리를 쓸어 올릴 때마다 드러나던 하얀 목...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이십 대의 후반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포대교에서 원효대교 사이의 한강변을 걸었던.. 그리고 신촌의 어딘가를 걸었던... 오월의 햇살이 눈부신 날들... 그녀의 재잘거림, 편의점에 들러, 샀던 캔음료를 시원스럽게 마시던 모습, 그때마다 그녀의 하얀 목젖이 예쁘게 보이곤 했었다. 하얀 블라우스, 위의 단추 하나 둘 쯤은 풀려 있던... 그리고 남색 카디건...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바로 한희정의 목소리이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기에,, 떠올릴 때마다, 더러는 목이 멜 때도 있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BkoPKv_Rp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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