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미카코에게서 전화 메일이 온다.
미카코 - 드디어 목성을 떠났어. 리시테아호는 명왕성의 저 너머까지 까지 갈 거야. 상세한 항로는 기밀인 것 같아
우주 공간에 있는 미카코와는 달리 지구에서는 노보루의 일상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풍경 컷이 지나가고 다시 미카코의 메일 내용이 나온다.
미카코 - 메일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가장 끝자락에 있는 오르트의 성운에서도 반년밖에는 안 걸리니 말이야
노보루- 20세기의 국제 편지 같은 거지, 뭐 괜찮아(미카코의 메일 내용), 뭐가 괜찮다는 거야?
자, 이 장면들을 해설을 하자면 미카코가 보낸 메일의 내용은 목성을 지나, 명왕성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메일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카코는 점점 멀어져 가는 노보루와의 연락을 20세기의 국제 편지 같은 것이라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노보루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냐라고 혼자 반문하고 있다.
목성을 지나 명왕성을 향해 가면서 앞으로 메일이 노보루에게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내용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면 이것은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작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에 관한 문제이다.
두 주인공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서로에게 보내는 유일한 연락수단인 전화 메일이 서로에게 도달하는 시간 또한 기약 없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서로에게 멀어지게 되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원리와 특수상대성 원리에서 설명하는 시간지연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노보루와 미카코의 시간은 각기 다르게 흘러가게 되면서 후반부에 가서는 15세의 미카코가 24세의 노보루에게 메일을 보내게 된다.
전체 상영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애니에서 물리학 교과서에나 나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나름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라서, 이런 물리학 이론이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다.
자,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서 시간 지연을 설명하고 가야겠다. 이 글은 단순한 애니 해설이기 때문에 복잡한 물리 이론을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시간 지연이란 무엇일까?
"시간 지연(時間遲延) 또는 시간 팽창(time dilation, 時間膨脹)은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르는 현상이다. 길이 수축이 고전 역학에서의 절대적인 공간의 개념을 부정했다면, 시간 지연 현상은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시간의 개념을 부정하였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과 1915년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며 상대적인 시간 기준계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이 발견은 인류 과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상황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보루와 미카코 두 사람의 시간에 대해서 쌍둥이의 역설이란 이론이 필요하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쌍둥이 A와 B가 있었는데, A가 v=0.8c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우주선을 타고 16광년 떨어진 별로 향하게 되었고, B는 지구에 남아 있게 되었다고 가정한다. A가 별에 도착했을 때, B 자신의 나이는 20살을 더 먹게 되었지만 B가 보았을 때 A의 시계는 12년밖에 흘러 있지 않게 된다. 그리고 A가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때, A가 지구로 올 때, B에게는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B가 볼 때에는 A가 올 때까지 12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결과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토대로 아주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상황을 A가 정지해 있는 기준계라고 생각하고, B가 있는 지구가 v의 속도로 멀어져 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 A는 정지해 있고, B는 v의 속도로 운동을 하며 16광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운동하고 오게 된다. 그래서 B가 있는 지구가 16광년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A 자신의 시계는 20년이 흘렀지만 A가 본 B의 시계는 12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지구가 다시 A가 있는 쪽으로 올 때까지 역시 A는 20년이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A가 본 B의 시계는 12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즉, A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40년이 지나 60살이 되었는데 B는 44살이 된 것이며, B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60살인데 A는 44살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B의 입장에서 본 결과만 옳게 된다. 즉, A가 젊은 채로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 이론을 별의 목소리와 비교해 보자
*우주 함대가 지구에서 출발하여 별(최종적으로 시리우스)을 향해 가속하는 구간 : 1구간
*우주 함대가 별(지구)을 향해 감속하는 구간=지구를 향해 가속하는 구간 : 2구간
*우주 함대가 지구를 향해 감속하는 구간 : 3구간
이때 1구간에 있는 미카코는 가속 운동을 하게 된다. 별을 향해 가속하고 있으므로 지구 방향으로 '겉보기 중력'이 생기게 되고, 이 중력 때문에 미카코의 시간은 노보루보다 느려지게 된다. 2구간에 있을 때는 지구를 향해 가속하므로, 별 방향으로 겉보기 중력이 생긴다. 이 중력 때문에 역시 미카코의 시간은 노보루보다 느려진다. 3구간에 있을 때도 1구간과 마찬가지로, 별(지구) 쪽으로 가속하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지구 방향으로 겉보기 중력이 생기며 미카코의 시간은 노보루보다 느려진다. 따라서 미카코가 가속하는 동안 미카코의 시간은 노보루보다 내내 느리게 흘러가게 된다.
이 이론에 의해 미카코는 여전히 15세이지만 노보루는 24세의 청년이 되버린다.
또 하나, 미카코가 말한 오르트의 성운이다. 검색하면 오르트 구름 Oort cloud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여겨지는 가상의 천체집단을 말한다.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얀 오르트(Jan Hendrik Oort, 1900~1992)가 장 주기 혜성과 비주기 혜성의 기원으로 발표하여 처음 붙여진 이름이다.
오르트 구름의 존재를 고려한다면 태양계의 범위는 일반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범위보다 아주 많이 커진다. 보통 태양계의 끝 하면 떠올리는 것이 명왕성인데 그것보다 더 아득한 거리이다. 어느 정도냐면 현시점에서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날아간 우주 탐사선인 보이저 1호가 오르트 구름 안쪽 경계에 도달하는 것이 2310년쯤이며, 오르트 구름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대략 3만 년의 시간이 걸린다. 광속으로 표현하자면, 태양에서 빛(광자)이 출발해 오르트 구름에 도달하는 데는 10일 내지 28일이 걸리며, 그 광자가 오르트 구름을 뚫고 나가는 데는 1년 반이 걸린다.
중심계의 작은 점이 태양계이며 오르트 구름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오르트의 성운이 등장하는 걸까?
이 오르트의 성운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앞편에서 말한 타르시스와 같이 노보루와 미카코의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며 이 엄청난 거리로 인해 두 사람의 시간이 각기 다르게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중학교 3학년 시절을 유독 더 그리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자.
노보루 - 이렇게 나의 고교 1학기는 리카코와의 메일 교환으로 끝이 났다.
"현재 수신된 메일은 없습니다."
노보루- 미카코가 지구에서 멀어짐에 따라 메일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져만 간다.
지구에서 멀어져 가는 미카코, 그 메일이 오는 시간이 계속 늦어지면서 미카코에 대한 노보루의 그리움은 깊어져 간다.
"수신된 메일이 없습..."
계속 노보루는 메일을 확인하지만 수신된 메일이 없다는 음성만 흘러나온다.
노보루 - 미카코의 메일을 기다리는 게 나의 일상이 돼버렸다.
사실 본편 애니 내내 살펴봐도, 두 사람이 좋아해 라는 고백을 했다던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미카코와 노보로는 각기 서로에게 첫 사랑이었고, 그 사랑의 감정을 미처 제대로 깨닫거나 정리하기도 전에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져버렸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에서 드러나는 첫사랑에 대한 깊은 애착 혹은 그리움의 시작은 바로 이 별의 목소리부터였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 이것도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2047년 8월 명왕성부근"
미카코- 노보루 군. 난 지금 태양계의 끝자락인 명왕성에 와 있어. 지구를 출발한 지 벌써 반년. 리시테아 함대는 목성에서부터 조사를 계속해왔지만 타르시안의 흔적은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어. 노보루 군! 하지만 나는 말이야. 아무것도 찾지 못해서 지구로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
명왕성 부근에 도착한 미카코는 노보루에게 메일을 쓰고 있었다. 위에 보면 2047년 8월 3일이라고 나와 있다.
나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미카코는 겨우 15세,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청소년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다시 지구로 돌아가 노보루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타르시안의 함대가 나타나고야 만다.
전면에 나타난 타르시안 함대
우주 함대는 트랜서를 각자 발진 시킨다.
첫 번째 실전에서 3개의 타르시안을 해치웠지만 이윽고 또 다른 타르시안 함대가 나타나자, 함대에서 명령이 내려진다.
"전 함대 1광년의 하이퍼 운항법으로 후퇴한다. 트랜서 각 대원들은 즉시 귀환하라 "
미카코 -노보루 군과 1년 더 멀어지네. 지금 메일을 보내야 돼"
하지만 마지막 남은 1개의 타르시안 비행체를 해치우고 급히 모선으로 합류하면서 메일은 전해지지 못한다.
여기서의 하이퍼 운행법에 대해서 초공간 도약을 말하는 것 같다. 초공간 도약은 SF에서 초광속 항행이 가능하도록 자주 등장하는 가공 개념이다. '하이퍼스페이스 점프(Hyperspace Jump)' 번역어기도 하다.
메일 전송이 실패하고 지구에서 겨울을 맞이한 노보루는 메일이 오지 않아 점점 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장면은 초속 5센티미터에서 더욱 구체화되어 표현된다. 아카리의 전학으로 인한 헤어진 타카키와 아카리는 처음에는 서로 편지를 보내지만 어느 사이인가 편지의 간격이 멀어지게 되고, 결국 이별하게 된다. 아직 어린 그들에게는 이 거대한 시간과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고 결국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슬픈 우리 삶의 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