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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애니 해설-별의 목소리(6)

by 늘 담담하게


이제 별의 목소리는 피날레를 향해 가고 있다. 계속 본편을 따라가 보자. 타르시안의 흔적을 찾지 못한 채 반년이 걸리고, 지구 함대는 명왕성 궤도에 접근한다. 미카코는 '이대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얼른 지구로 돌아가는 게 제일 좋아'라며 노보루에게 메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때 타르시안이 출현하여 결국 전쟁이 발발한다. 미카코도 인형기동병기 트레이서에 탑승하여 전투에 참여하지만, 함대는 증원해 온 타르시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하이퍼 드라이브로 1광년을 워프 한다. 그렇게 미카코와 노보루는 순식간에 1년이 어긋나게 되었다. 워프 직전 노보루에게로 보낸 메일이 전송이 되지 못하고, 워프후에야 미카코는 서둘러 메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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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7년 8월 4일 경유 : 초장거리 메일 서비스. 메일 주소지까지 거리 13477536000000km, 메일 도착까지 예상 소요시간 1년 16일 12시간..



그때 미카코는 함대 사령부에게서 통신을 듣게 된다.


"지금부터 48시간 후 본 함대는 헬리오 스페어 숏트 컷트 앤커를 경유하여 시리우스, 알파, 베타 성계로 향해 장거리 워프를 한다. 비행 거리는 8.6광년, 귀환용 숏트 컷트 앵커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전원 지구로 보낼 연락을 마쳐 두도록 하라"


메일이 도착하는데만 1년이 걸리는 거리에서 다시 8년이 지나야 닿는 거리로 워프를 하게 된 미카코. 낙담을 넘어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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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노보루가 사는 일본의 계절은 겨울이었고, 노보루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보루가 편지를 들고 있는 이 장면은 누군가에게서 편지를 전해 받은 것이다.


우주 공간에서 미카코는 쓸쓸하게 말한다. "이 메일이 노보루 군에게 도착되기까지 1년, 시리우스에서는 편도로 8년이야. 노보루 군은 나를 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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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의 독백이 이어지면서 나오는 영상에서 노보루가 다른 여학생을 만나는 듯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이것에 대해 처음에는 미카코의 상상이 아닌가 혹은 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미카코가 아닐까 싶었지만 미카코가 떠난 이후 노보루에게 다른 여학생이 편지로 고백해 왔고, 결국 서로 사귀게 된다. 이에 대해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자신이 쓴 소설판이 없어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만화판을 보면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녀의 이름은 A반의 마에다 와카나, 만화판에서는 노보루에게 호감을 느끼며 다가왔고, 더 이상 미카코에게서 메일이 오지 않아, 미카코를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기에 그녀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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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B3%84%EC%9D%98%EB%AA%A9%EC%86%8C%EB%A6%AC(%E3%81%BB%E3%81%97%E3%81%AE%E3%81%93%E3%81%88).avi_000791457.png?type=w1 2048년 8월, 예전에 미카코와 함께 걸었던 그 골목길에 노보루는 미카나와 함께 서 있다.


잠시 만화판으로 돌아가자. 본편 애니에서 여름날, 비가 오고 있다. 저 장면을 만화판에서 확인해보면 하굣길에 미카나와 우산을 쓰고 가다가 미카나에게 괜찮으면 우산을 쓰고 가라며 노보루가 우산을 건넨다. 그리고 혼자 걷다가 우연히 지난날 미카코와 함께 머물렀던 버스 정류장을 보게 된다. 혼자 버스 정류장안에서 들어간 노보루에게 뜻밖에도 1년 전 미카코가 워프 직전에 보낸 메일이 도착한다.


미카코 -"노보루! 잘 지내? 이 메일이 도착할 무렵이면 난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노보루 -(메일을 읽으며)거기에는 명왕성에서의 첫 전투, 타르시안 리시테아 기내에서의 일, 그리고...


미카코 -"앞으로 메일이 도착할 때까지 8년 7개월이 걸리게 될 거야. 있잖아 노보루 사실은 있잖아 이대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서 빨리, 다 같이 빨리 돌아갈 수 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노보루. 있잖아 노보루, 우리.. 우주와 지상으로 갈라진 연인 같다"


그 메일 내용을 보고 노보루의 독백이 이어진다.


"잊으려 했던 나와는 달리... 나가미네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서로만을 봐왔을 거다. 빛의 속도로 8년이 걸리는 거리란 영원과도 같은 것이다. 결코 우리의 시간은 그때와 똑같이 흐르지 않을 거라고.."


자 만화판에서 노보루는 미카코의 메일이 오지 않으면서 그녀가 자신을 잊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점에 도착한 메일에서 미카코는 잠시도 자신을 잊은 적이 없으며, 어떻게든 자신에게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후 자신의 마음에서도 미카코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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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애니에서 미카나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혼자 계단을 올라가는 노보루



자, 다시 본편 애니로 돌아가자.


노보루- 또 여름이 찾아왔다. 미카코의 메일을 기다리는 것을 그만둔 것이 작년 겨울이었다. 결국 1년 가까이 미카코의 메일은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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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던 노보루는 미카코와 함께 있었던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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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을 때 미카코의 메일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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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루- 미카코다 (휴대폰으로 메일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1년 만의 메일이다.


노보루 - 리시테아호는 지금부터..(미카코의 메일을 따라 읽어간다)


미카코 - 지금부터 장거리 워프에 돌입하게 돼. 목적지는 8.6광년 떨어진 시리우스. 메일을 읽을 때쯤이면 난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메일이 도착하려면 앞으로 8년 7개월이 걸리게 돼. 미안해, 있잖아 우리 둘은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지게 된... 연인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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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루- 헤어지게 된 연인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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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에서 미카코는 노보루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과 노보루를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진 연인이라고 표현한다. 좀처럼 직설적인 표현을 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정서로 보면 중학교 때부터 서로를 지켜보고 감정을 키워왔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연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여기서 다시 본편에서 언급된 헬리오 스페어 숏트 컷트 앵커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가자.


*헬리오 스페어

태양권(太陽圈), 곧 헬리오스피어(Heliosphere)는 성간 공간 가운데 태양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간을 가리키는 천문학 및 행성과학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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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태양권에 대해 알기 쉽도록 설명한 그림이다. 상단의 이미지 중간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태양을 중심으로 가운데에 희미하게 그려진 동심원들이 바로 태양계 각 행성들의 궤도이다.



*숏트 컷트 앵커

은하계 곳곳에 산재하는 워프 포인트. 하이퍼드라이브에 의존하지 않는 장거리 워프가 가능하지만 일방통행이다. 이 숏트 컷트 앵커로 시리우스를 향해 워프 하지만, 귀환용 숏트 컷트 앵커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암시한다.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약 8.59광년 떨어진 별로, 태양계와 비교적 가까이 있는 항성이다. 밝기는 -1.5 등성으로, 태양계 내에 있는 천체들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중에서는 가장 밝은 별이다. 또한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항성계 중 센타우루스자리 알파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별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도 부르며, 큰 개자리의 알파성이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작은 개자리의 프로키온과 함께 겨울철 밤하늘을 수놓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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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 작은 흰점이 시리우스 베타, 그리고 중앙부가 시리우스 알파이다. 지구에서 육안으로 볼 때는 그냥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형 주계열성과 백색왜성이 서로 공전하고 있는 쌍성계이다. 이 두 별을 정확히 분리하여 관측하려면 고성능 망원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근 시기에 알려진 사실이다. A형 주계열성인 시리우스 A의 경우 태양의 2.06배, 백색왜성인 시리우스 B는 태양의 1.018배 질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크기는 지구 지름의 0.86배이다. 이는 백색왜성 중에서도 높은 밀도이다. 한국에서는 겨울철에 남쪽 부근에 낮게 뜨는 별로 겨울철 대육각형의 가장 아랫부분을 담당한다. 고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밝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두 사람은 어쩌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거리에 떨어져 있다. 미카코의 메일을 받고 난 뒤 노보루가 답신을 보낸다고 해도 다시 8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미카코도, 노보루도, 서로에게 첫사랑이었고, 결코 그 사랑과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두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어린 연인들의 사랑은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 일관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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