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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애니 해설- 별의 목소리(7)

15세 미카코, 24세 노보루

by 늘 담담하게

1년 만에 받은 미카코의 메일을 보면서, 노보루는 점점 희미해져 갔던 미카코의 대한 기억, 그리고 감정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노보루의 독백이 이어진다.


"아마도 우리 둘은 중학교 때부터... 하지만 빛의 속도로도 8년이 넘는 거리에 있다면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나와 미카코의 시간은 끝없이 멀어지고만 있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세웠다. 마음을 강하고 냉철하게 가질 것. 열리지 않는 문이라도 그냥 두드리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겠다."



워프를 하는 우주 함대


여름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노보루

어둠만이 있는 우주공간에서 외로운 모습의 미카코, 여름날의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배경으로 혼자 서 있는 노보루, 영상만으로도 두 사람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 노보루는 이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마음을 강하고 냉철하게 가질 것. 열리지 않는 문이라도 그냥 두드리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겠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득한 우주 저 멀리에 있는 미카코에 대한 그리움을 뛰어넘어 이제 직접 그녀를 만나러 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별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어, 초속 5센티미터까지 한결같이 주인공들은 스스로 성장해 간다. 부모님이라든지, 혹은 선생님이라든지 하는 어른들의 역할들은 보이지 않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 불안, 상처등을 스스로 극복해 간다. 그렇다 보니 그런 상실과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일본 특유의 개인주의 성장 과정이 유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시리우스 네 번째 행성인 아가르타에 도착한 지구 함대


여기서 아가르타라고 하는 행성은 실제 우주에서 존재하지 않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창조한 행성이다.



그런데 아가르타는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별의 목소리의 아가르타는 2011년도 작품인 별을 쫓는 아이에서 주인공 야스나가 모험을 하는 세계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실제 아가르타는 어떤 곳일까?

아가르타( Agartha)는 지구 내핵에 위치했다고 언급되는 전설의 왕국 혹은 도시이다. 밀교 사학자인 조슬린·고드윈에 의하면, 아가르타 전설의 기원은 인도의 프랑스 식민지 찬다나가르의 재판관이었던 루이·자콜리오( Louis Jacolliot)의 저서 「신의 아이」(1873년)에 기록된 태고의 태양의 도시 아스가르타이며, 이것이 실제로 인도 전승에서 유래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드윈은 아스가르타라는 명칭은 중앙아시아에 재건될 것이라고 예언된 북유럽 신화의 아스가르드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가르타 전설의 생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프랑스의 신비 사상가 알렉상드르 생=티브 달베들의 저서 「인도의 사명」으로 이 책에서, 아가르타는 동양의 어딘가에서 지하에 숨어 있는 나라로, 우리보다 고도의 기술문명을 가지고, 이상적인 공동통치가 행해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도시 위치에 대해서는 스리랑카 어디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인 별의 목소리에서 아가르타라는 전설의 도시를 작품 속에 등장시켰고, 별을 쫓는 아이에서는 주 배경이 되었다.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이상향의 도시이다 보니,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가르타는 지구의 환경과 거의 차이가 없다.


다시 본편으로 돌아가서 2047년 8월


미카코 - 시리우스가 혹성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른 혹성을 육안으로 보는 건 우리들이 최초이다. 시리우스 성계 네번째 혹성 아가르타.


리시테아호에서 발사되어 아가르타로 향하는 미카코



지구와 거의 유사한 아가르타

.


미카코-아가르타는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지구와 흡사하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간도 거리도 점점 노보루 군에게서 멀어져만 간다.


함대 통신-제1부터 제12 조사대는 타르시안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음.





미카코의 트레이서가 지나간 발자국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미카코 - (내리는 비를 보며)와.. 비를 맞고 싶어, 편의점에 가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노보루 군





노보루에게 보내는 메일을 쓴다.

"난 지금도 노보루 군을 너무너무 좋아해"




2047년 9월 16일, 메일 송신중 , 메일 도착까지 8년 224일 18시간


미카코 -제발 전해줘


자, 여기서 딱히 두드러진 감정의 교류보다는 서로 아련한 마음을 간직한 채, 노보루는 지구를 떠나는 미카코와 문자로 주고받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어쩌면 나는 미카코의 마지막 말을 받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책임의 무게와 인류를 위해 가혹한 여정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미카코를 잊으려 했다.


반대로 미카코는 타르시안과의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보루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 했으며, 지구에서 노보루와 함께 했던 그날들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아가르타에서 15세의 미카코가 24세의 노보루에게 전하는 메일을 보낸다. 그렇게 노보루에게 장거리 메일을 보낸 직후, 뜻밖에도 눈앞에 또 다른 자신이 나타난다.



미카코- 나?


미카코의 분신인 듯한 그녀가 말한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구나 어른이 되기 위해선 아픔도 필요하지만 하지만 당신들이라면 더욱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다른 은하에도 다른 우주에도 말이야. 그러니까 날 따라와 맡기고 싶어 당신들에게"




그러나 미카코의 또 다른 분신은 사실 타르시안이었다. 여기서 지구와는 적대적인 관계인 타르시안이 왜 미카코에게 저런 말을 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일본 사이트를 뒤져봐도 혹은 신카이 마코토의 인터뷰를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가장 유력한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타르시안의 입을 빌려 미카코와 노보루, 그리고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구나 어른이 되기 위해선 아픔도 필요하지만 하지만 당신들이라면 더욱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다른 은하에도 다른 우주에도 말이야. 그러니까 날 따라와 맡기고 싶어 당신들에게"


어떤가?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지구에서 시리우스의 아가르타에게 온 미카코, 그리고 지구에서 기다린 노보루, 이 두 연인을 지켜본 관객들에게 어른이 되기 위해서 아픔도 필요하고, 그래도 더욱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타르시안의 입을 빌려 전하는 감독의 따뜻한 위로에 미카코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미카코- 하지만 난 노보루 군을 보고 싶은 것뿐인데 함께 있고 싶은 것뿐인데...


애절한 미카코의 눈물에 타르시안은 말한다.



"괜찮아 반드시 꼭 만날 수 있을 거야" 이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그때 갑자기 상황이 바뀐다. 타르시안을 인식한 트레이서는 경고라는 신호를 보내고, 그때 함대의 통신이 들려온다.


"아가르타 각지에 타르시안이 출현하여 교전이 시작되었다. 궤도상에도 타르시안 집단이 출현하여 함대에 접근 중"


그와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다시 화면이 바뀐다. 노보루의 아파트로 노보루가 들어오는데 화면에는 우주 기술론이라는 잡지를 비춘다. 표지 제목들을 보면 초광속 통신이 실용화되어 가고 있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것은 앞서 노보루가 다짐했던...


"열리지 않는 문이라도 그냥 두드리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우주함대 승무원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 우주기술론의 표제 내용들은 8년이 지난 2050년대에는 초광속 통신이 실용화되어 기존의 장거리 송신 메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리시테아 함대가 시리우스로 떠날 때 귀환시의 숏트 캇트 앵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것도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신문이 보인다. "8년 전 시리우스 전투 승리, 유엔군 1차 타르시안 조사대 보고, 피해 막대, 리시테아호 1척뿐인가"


내용을 보면 앞서 시리우스 아가르타에서 시작된 타르시안과의 전투에 대한 내용이다. 원래 시리우스로 간 리시테아호는 리시테아 함대의 기함이며, 리시테아 함대에는 그 밖에 동형함 「에라라」 「히마리아」 「레다」의 3척(소설판에서는 10척)이 소속되어 있었다. 이들 우주 전함의 이름은 모두 히말리아군으로 분류되는 목성의 위성 이름에서 따왔다.


노보루 - 그 여름날 8년이라는 세월이 영원처럼 느껴졌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청년이 된 노보루

노보루 - 그리고 흔들림 없이 계속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날 결심한 목표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보면 2056년 3월이다. 이제 노보루는 24세의 청년이 되어 있었다.


우주 함대 승무원 유니폼이 걸려 있다.


노보루- 나는 나의 시간을 살아왔고 한 달 후면 그토록 소망하던 우주 함대 근무를 나가게 된다.


이때 중학교 때부터 써왔던 휴대폰에게 신호음이 울린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노보루는 그것이 미카코에게 온 메일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2056년 3월 25일, 앞서 미카코가 보낸 시점이 2047년 9월 16일, 무려 8년 224일 18시간 만에 노보루에게 도착한 미카코의 메일, 24세의 노보루 군, 안녕, 난 15세의 미카코야라는 내용이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애달픈 내용이다.




다시 장면은 8년 전 벌어졌던 아가르타 전투 상황으로 바뀐다.


타르시안을 해치운 미카코를 비춰주면서 노보루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노보루- 미카코가 보낸 메일은 두 줄 뿐이었고 나머지는 노이즈뿐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이라도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있잖아 미카코 난 말이야"


노보루의 내레이션에 이어 미카코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이 작품에서 가장 서정적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서로가 그리워하는 일상이 그려진다. 타르시안과의 치열한 전투 중에 기동 하는 미카코, 아직 3월의 풍경이 남아 있는 지구의 노보루, 15세의 미카코와 24세의 노보루의 모습들이 교차편집되어 이어진다.


미카코- 난 말이야 노보루 군 그리운 것이 너무 많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거든. 예를 들면 말이야



노보루 - 예를 들면 여름을 적셔주는 시원스러운 비라든가, 가을바람의 내음이라든가..


미카코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라든가, 봄 흙의 부드러움이라든가, 한 밤중 편의점의 평온한 분위기라든가



노보루- 교문을 나설 때 서늘한 공기라든가...

칠판에 노보루와 미카코의 이름이 적혀 있다. 우리로 치면 당번이다.


미카코-칠판지우개의 냄새라든가..



노보루- 한밤중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라든가..



미카코- 소나기 내릴 때 아스팔트 흙냄새라든가, 노보루 군, 그런 것들이 나는 줄곧..


노보루 - 나는 줄곧 미카코와 같이 느끼고 싶었어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인데, 이런 것을 그리워한다니,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타르시안의 공격으로 지구 함대가 파괴되어 간다.


미카코 - 함대가 침몰하고 있어. 리시테아호를 구해야 돼



미카코 - 있잖아 노보루 군. 우리들은 굉장히, 굉장히 멀리 또 멀리 떨어져 있지만..


노보루 -하지만 마음만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할 수 있을 거야



미카코 - 노보루 군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노보루- 만약 나한테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난 무엇을 생각할까? 미카코는 무엇을 생각할까?


리시테아호를 구하기 위해 타르시안에게 돌격하는 미카코



미카코 - 그래 우리가 함께 느끼는 건 오로지 한 가지.



미카코 - 있잖아 노보루 군 나 여기에 있어..

노보루- 나 여기에 있어


이렇게 "나 여기에 있어 "라고 말하며 본편 애니는 끝이 난다.


자, 다음 편에서는 별의 목소리의 남은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잠시 쉬었다가 3번째 작품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해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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