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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ug 18. 2024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

<세바시 275회 자기 해방의 글쓰기│김영하 소설가>

대학 생활에서 있었던 방황의 시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때때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한 번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을 걷는 것과 같은 감정의 늪에 빠져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시기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던 시기에 글을 한번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이나 작사가님이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하신 말이다. “나에게 흑역사를 만들어 줬던 남자들이 지금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의 원천이다. 그때 감정들을 생각하며 가사를 쓴다”라는 말이 떠오르며 ‘그때의 감정’이라는 말에 꽂히더니 감정이라는 것은 그 감정을 느꼈을 때가 가장 잘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나의 이 우울한 감정도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에 한 줄이라도 기분 혹은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조금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5개월 정도 꾸준히 쓰던 어느 날 감정이 글을 쓰므로 정리되고 편안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느꼈다. 그전에는 괜찮아지지 않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차분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세바시 275회 자기 해방의 글쓰기│김영하 소설가>라는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강의 내용 중 일부이다.)


제아무리 복잡한 감정이라도 제아무리 복잡한 심경이라도 글을 쓰면 언어의 논리적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강해지게 된다. 우리 마음속 어두운 감정은 숨어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이것을 언어화해서 쓰는 동안 우리가 그 감정 위에 올라서게 된다. 논리를 가지고서 내려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우리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글을 쓰면서 감정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왜 들었던 것인지 알게 되었다. 감정 위에 올라선다는 표현이 정말 놀라웠다. 감정 위에 올라서 논리를 가지고 내려다보기 때문에 나의 감정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강해지고 이것이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 못 할 정도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그 모든 감정을 글로 써보길 바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쓰다 보면 감정의 동굴에서 서서히 출구를 찾아 나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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