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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Jun 08.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

캠핑의 매력.

한참 캠핑이 붐을 일으켜 텐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유명한 난로를 구입하기 위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속도 빠른 인터넷 기기 앞에서 광클을 해야 했던 때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관심이 1도 없었다. 나와는 별개의 딴 세상 이야기였다.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캠핑 이야기를 꺼낸다. 텐트를 치고 불멍을 하고 힐링이 되고, 너무 좋고 이렇고 저렇고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빨래를 개키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대도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낯선 장비들이 하나둘씩 집안에 들어왔다.

텐트가 갑자기 보이더니 의자에 테이블, 선반, 캠핑박스, 구이바다에 조리 도구들과 각종 렌턴, 급기야는 파OO 난로까지. 어느새 작은방 베란다에 있는 철제 팬트리에는 캠핑 장비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도 눙치며 그냥 넘어갔던 것 같다.





3년 전, 첫 캠핑의 달콤 쌉싸름한 추억에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초짜가 멋모르고  짐을 바리바리 싸고 손이 하릴없이 커서 음식도 어마무시하게, 간편식이나 밀키트가 너무 잘 나와 있음에도 가서 이것저것 해 먹는다고 각종 양념들도 소스통에 물약병에 하나라도 빠지면 큰일이 날것같이 챙겼다.

한마디로 투머치 너무 과했다.


게다가, 집 근처도 아니고 거제도까지 친정엄마와 여동생과 애들 둘에 우리 부부 총 6명이 작은 차가 아닌 카니발에 짐을 모시고 사람들은 꾸겨지고 낑겨서 해저터널을 지나 머나먼 섬으로 달려갔었다.


텐트를 낮에 일찍 쳐야 하는데, 다 저녁이 되어서야 잘 안 보여 불빛에 의지해 대강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춰놓고 살림살이들을 정열 해놓고 렌턴 하나에 삼겹살을 구웠다.

껌껌해서 반찬들도 구별이 안되고 무엇을 넣었는지도 모를 쌈을 욱여넣으며 맛나다고 엄지 척을 날렸다.

갬성캠핑 이라는데 우린 피난민 같았다.


그땐 그랬다.  그래도 즐거웠다. 가족들 다 같이 모여 앉아 그림 같은 하늘과 숲을 보며 맛난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고 웃고 떠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몇 시 인지도 모른 채 지상낙원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일정을 마치고 집에 오기가 싫었다. 계속 쭈욱 머무르고 싶었다. 이유는 텐트를 편지 얼마 안돼서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채만 한 텐트에 각종 물건들을 다 정리해야 하는 게 일 중의 일이었다. 이사할 때 이삿짐 정리하는 심정이랄까.


몸이 고됐다. 집에 돌아오면 안 아픈 곳이 없고, 손 마디마디가 아프고 몸살이 났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장박을 한다는 혜지 작가님처럼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리의 집.


지난 연휴를 맞이해 모처럼 만에 캠핑을 갔다.

가평에 있는 '연인산 다목적 캠핑장'으로. 가평군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시설도 정돈이 잘되어있고 깨끗했다.


짐이며 음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혹여나 식구들이 먹는데 부족할까 싶은 마음에 손이 큰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처음엔 무거웠던 마음도 이젠 간편해진 짐만큼이나 가벼워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도 하나씩 차에서 짐을 내려 다 같이 도왔고 빠르게 텐트집이 완성되었다.

고수는 아니어도 중수캠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스스로 으쓱거려 본다.


이쁜 전구를 두르고, 온화한 불빛의 렌턴을 우드테이블에 세팅해 놓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감성어린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음미한다.


아...너무 좋다..


텐트 천장에 나있는 창을 여니 푸른 하늘과 초록잎을 두른 나뭇가지가 반갑게 인사했다. 옆을 봐도 뒤를 봐도 싱그러운 자연의 경치가 너무 예쁘다. 그런 숲 속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잠도자고 쉴 수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밤엔 별도 볼 수 있어요.


남자아이들 답게 아들들은 넓은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고 탁구대가 있어 탁구도 하고 캐치볼에 배드민턴까지. 신나게 이것저것 섭렵해본다. 아직 애기애기한 둘찌는 대포같이 한 움큼 나가는 비눗방울 버블건이 젤 신나 보였지만.

밤엔 불멍을 때리며 고구마도 구워먹고 마쉬멜로우를 꼬치에 끼워 구워먹는 맛과 분위기는 일품이다.



처음 캠핑을 다녀와서 애들만 데리고 가라고 나는 다신 안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는데, 3년째 캠핑을 다니고 있다.

연세가 70이 넘으신 친정엄마는 무릎관절이 아프고 편한 침대도 없는 텐트 생활이 불편하실 텐데 재밌다며 d-day를 손꼽아 기다렸다 따라오신다.

사춘기인 중2 첫찌가 이야기한다.



캠핑, 재밌어..




다녀와서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고 감기에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가자고 약속하는 이유는..

캠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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