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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Jun 20. 2023

남편이 일본으로 갔습니다

남편이 어두운 새벽, 고요한 시간에 짐을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갔습니다. 오키나와로 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


처음엔 그의 말을 그냥 농담 삼아 벧어버린 말인 줄 알고 믿지 않았어요. 친구들 모임을 다녀와 일본에 가려고 한다 했을 때 반신반의 하며 '그때 가봐야 알지' 가볍게 넘겨 버렸거든요.

진짜로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습니다.




남편이 오키나와로 간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제목이 하나 떠오르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며 제목을 정할 때 왜 그렇게 혹하게 자극적인지 알겠더라고요.

독자들을 한 순간에 제목만 보고 사로잡아야 하니까요.


일단, 먼저 심심한 사과부터 드릴께요.

하찮은 작가 지망생의 어설픈 액션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떡밥  깔았다고 생각지 마시고 애교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남편 친구 Y 씨는 저도 잘 아는 사이예요. 결혼 전부터 인사하고 친구들 여럿이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죠.

맞아요. 남편 이야기가 아닌 남편 친구에 대한 글이에요.


남편과 Y 씨 그리고 여러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해진 사이인데, 서로 다른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에 나가서도, 또 각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어느새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참 우애가 깊더라고요.

경조사는 물론이고 서로 연락하며 챙기고 옆에서 가 봐도 순수한 우정이 빛났습니다. 주변을 봐도 남자들이 이렇게 쭈욱 친목을 이어오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작년 쯔음, 남편이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이 성사되어 들뜬 마음으로 인천을 다녀왔더랬죠. 그러더니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모임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습니다.


Y 씨가, 다니는 회사 주식을 어느 정도 보유하게 되었는데,

그 주식값이 엄청 많이 올라서 팔게 됐는지 어쩐지 들어도 잘 모르겠으나(주식에 ''자도 모르는 문외한 이라서요.) 아무튼 갑자기 큰돈을 벌게 되었나 봐요.


그래서 친구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네요.

항공권이며 숙박비, 식비, 레저비용 등 모든 일체의 경비를 Y 씨가 다 부담하겠다고 했대요. 몸만 오라고요. 글쎄.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즉흥적으로 친구들 만나 기분 좋아서 한 말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편과 저는 Y 씨를 회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친구들 다섯 명과 총 여섯 명이 일본으로 떠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대요.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약속을 지킨 Y 씨가 너무 멋있고 고맙네요. 눈에서 하트 뿅뿅 발사하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Y 씨가 다시 보입니다. 물론 전에 안 좋게 봤다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 갑자기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친구들 여행 안 데려가도 그만이잖아요. 그래도 누가 머라할 사람 없잖아요.



남편이 참 괜찮은 친구들을 뒀구나 생각이 듭니다.

꼭 돈을 지불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잖아요. 서로서로 이렇게 위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흘러가서 참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 지는구나 되내어 봅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져도 괜찮으니 맘껏 부러워하려고요.

공짜로 해외여행 가게 된 것도 부럽지만, Y 씨의 그 큰 마음이 ,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마음을 품었습니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애정하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해외여행 가려고요.

생각만 해도 너무 설레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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