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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마법 같은 순간
한여름에 점퍼를 입고 가는 남자
by
수니엘
Jul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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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7시부터 일어나자마자
거실 에어컨을 가동했다.
어김없이 바람막이 검정 점퍼를
입고 가겠다는 너.
위험한 것도 아니고, 큰 일도 아니기에 말릴 수가 없다.
좀 더울 뿐이지, 아주 많이 더울 뿐이겠지.
너무 덥고 습하고 안 되겠어서 오늘은 한 마디 했다.
"이렇게 더운데 울 아들은 윗옷을 세 겹을 입네."
"오늘은 입지 말고 가~ 이렇게 점퍼 입고 오는 애들 있어?"
"응. 입고 갈래"
'그래 맘대로 해라, 네가 덥지 내가 덥냐.'
학교 가서 벗던지 하겠지.
사소한 건 내버려 두자. 신경 쓰지 말자.
속으로 주문을 외워본다
.
교복 티 안에 흰색 티까지 늘 입으니까
점퍼는 가방에 넣고 가서 에어컨 바람이 추우면
꺼내 입길 바랬다.
하지만, 짧은 여름방학을 제외한 7, 8월
푹푹 찌는 여름 내내
쭉 입고 갈 태세다.
집에 올 때는 제발 더우니까
가방에 넣어도 구김 안 가니
돌돌 말아 넣어 오라고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어코 걸치고 소매는 쑤욱 올리고 온다.
무슨 점퍼 걸치는 게 멋인가!
흰색 면티에 셔츠 걸치는 것처럼.
귀엽다 싶으면서도
알
수 없는 속마음에
애가 탄다. 나도 저랬나 싶고.
요새는 아침을 먹으면서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쳐다본다.
옆에서 동생이 같이 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밥 먹을 때 TV는 물론, 모든 영상 기기는
다 끄고 같이 이야기하며 먹는 게 철칙이었는데,
철칙 따위 아무 소용이 없다.
휴대폰 내려놓고 먹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삼키고 지긋이 바라본다.
어려서부터 착하고 온순하고 무던한 녀석이
사춘기 이긴 한가보다.
머리도 엄청 신경을 쓰고
맘대로 스타일링이 안되면 짜증을 부린다.
어렸을 때 남동생도 머리가 이상하면 다시 감고
머리만 30분을 만졌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감정도 좋았다 갑자기 침울했다
왔다 갔다 하고 예민하다.
공부하느라 입 안도 헐고 딱하기도 하지만,
머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엄마로서 잘 먹이고
편하게 해주는 거밖에 없다.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니 스스로 잘 헤쳐나가길...
어린이 때 주변에서 공유 닮았단 이야기를
몇 번 들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흐흐 죄송합니다. 도치엄마올림.)
그렇게 키도 크고 멋진 어른으로 잘 성장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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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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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꺼내지 못한 수만가지 생각들을 꾹꾹 눌러 쓴 글이 마음에 닿길 바라며... 예쁜것들을 좋아하는 소녀같은 마음으로 같은편 남편, 두 아들과 반짝이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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