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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점퍼를 입고 가는 남자

by 수니엘



오늘은 아침 7시부터 일어나자마자

거실 에어컨을 가동했다.

어김없이 바람막이 검정 점퍼를

입고 가겠다는 너.

위험한 것도 아니고, 큰 일도 아니기에 말릴 수가 없다.

좀 더울 뿐이지, 아주 많이 더울 뿐이겠지.

너무 덥고 습하고 안 되겠어서 오늘은 한 마디 했다.


"이렇게 더운데 울 아들은 윗옷을 세 겹을 입네."

"오늘은 입지 말고 가~ 이렇게 점퍼 입고 오는 애들 있어?"

"응. 입고 갈래"


'그래 맘대로 해라, 네가 덥지 내가 덥냐.'

학교 가서 벗던지 하겠지.

사소한 건 내버려 두자. 신경 쓰지 말자.

속으로 주문을 외워본다.




교복 티 안에 흰색 티까지 늘 입으니까

점퍼는 가방에 넣고 가서 에어컨 바람이 추우면

꺼내 입길 바랬다.

하지만, 짧은 여름방학을 제외한 7, 8월

푹푹 찌는 여름 내내 쭉 입고 갈 태세다.

집에 올 때는 제발 더우니까

가방에 넣어도 구김 안 가니

돌돌 말아 넣어 오라고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어코 걸치고 소매는 쑤욱 올리고 온다.

무슨 점퍼 걸치는 게 멋인가!

흰색 면티에 셔츠 걸치는 것처럼.

귀엽다 싶으면서도 수 없는 속마음에

애가 탄다. 나도 저랬나 싶고.




요새는 아침을 먹으면서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쳐다본다.

옆에서 동생이 같이 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밥 먹을 때 TV는 물론, 모든 영상 기기는

다 끄고 같이 이야기하며 먹는 게 철칙이었는데,

철칙 따위 아무 소용이 없다.

휴대폰 내려놓고 먹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삼키고 지긋이 바라본다.




어려서부터 착하고 온순하고 무던한 녀석이

사춘기 이긴 한가보다.

머리도 엄청 신경을 쓰고

맘대로 스타일링이 안되면 짜증을 부린다.

어렸을 때 남동생도 머리가 이상하면 다시 감고

머리만 30분을 만졌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감정도 좋았다 갑자기 침울했다

왔다 갔다 하고 예민하다.

공부하느라 입 안도 헐고 딱하기도 하지만,

머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엄마로서 잘 먹이고

편하게 해주는 거밖에 없다.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니 스스로 잘 헤쳐나가길...



어린이 때 주변에서 공유 닮았단 이야기를

몇 번 들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흐흐 죄송합니다. 도치엄마올림.)


그렇게 키도 크고 멋진 어른으로 잘 성장하길 기도한다.




*제목사진-pinterest,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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