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엘 Jul 13. 2023

엄마는 결국 빙수를 먹지 못했다

너무 어려운 키오스크



핸드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운 듯 상기됐다.

이유인즉슨,

친구분과 빙수를 먹으러 'ㅇ빙'에 갔는데,

주문을 못해서 먹지도 못하고 그냥 나와서

이리저리 서성이다

각자 집으로 왔다는 웃픈 이야기였다.


바로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직원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커다랗고 네모난 화면(엄마표현)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말하곤 쌩~하니

가 버렸다고 한다. 바쁜 거 같지도 않았는데.

건 엄마 생각이겠지. 바빴을 거라 말해 보지만,

엄마는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요즘 다 그렇게 바뀌더라. 엄마, 내가 가르쳐 드릴게,

천천히 하면 돼.

가게도 인건비 줄이고 효율적이라 그래~."


하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거절당한 엄마의 마음이다.


" 이제 식당도 카페도 못 가겠다. 에휴."


어떻게든 풀어드리고 싶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는 눈도 침침한 나이, 72살이다.

(73에서 한 살 어려졌다. 6월 말부터.)

이젠 백세시대고, 노인정 가면 다 언니들이어서

당신이 걸레질을 한다고 하더라마는,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시 씁쓸했다.


중년의 딸인 나도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기 위해

한참을 서 있는다.

뒤에 대학생인 듯한 요즘 젊은 MZ세대들이

서서 기다리기라도 하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무안해진 검지 손가락이 허공을 향하고,

띄엄띄엄 터치를 하면 화면이 넘어간다.

마지막 난관이 또 남았다.

결제하는데, 카드는 어디다 대야 하는지,

아님 꽂아야 하는지 기계마다 달라서

두 눈의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어찌어찌 같이 온 친구랑 상의에 상의를 거쳐

드디어 결제 완료.

이게 머라고 큰 산을 넘은 듯 뿌듯하다.




나도 이러는데, 진짜 엄마 나이의 어르신들은

이용하기가 어렵겠다 싶다.

젊은이들처럼 척척 주문하는 어르신들은

많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주문 시스템이 점점 바뀌어 가고 있고,

젊은이들만 외식을 하라는 법은 없는데 말이다.

물론, 업체의 입장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이윤을 위해서 불가피하니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내 돈 내고 시원한 빙수하나 사 먹지 못하는

소외당한 우리 엄마의 설움을 어찌해야 할까.


"그래, 엄마. 나랑 같이 사 먹으러 다니자.

내가 늘 엄마 모시고 갈게~."





*제목사진-pinterest





매거진의 이전글 한여름에 점퍼를 입고 가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