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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Apr 10. 2023

땜빵 반주자, 싱어의 희로애락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교회에서 반주를 한다. 전임 반주자는 따로 있고 수요일날 예배때와 전임이 나오지 못했을 때, 갑작스럽게 투입되는 보조 혹은 대타 반주자다. 쉽게 말하면 땜빵 역할인 샘이다.


그래도 수요일은 온전히 내가 반주를 하는 날이라는 것을 아니까 미리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요일(주일)은 그 현장에 가서야 내가 해야 하는구나 , 아니면 전임 반주자가 있으니 내가 안 해도 되겠구나를 알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언니, 오늘 엄마한테 다녀와야 해서. 반주 좀 부탁해~"

"어. 알았어. 조심히 잘 다녀와."


9년전쯔음, 반주자의 자리에 앉게 되고 초반에는 전임 반주자인 동생이 무슨 일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미리 연락을 해왔더랬다. 그런데 일 년, 이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뜸해지더니 급기야는 아무런 연락도 귀띔도 없었다.

못 나온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 주면 대타인 나는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아무런 준비도 못하 느닺없이 반주를 시작해야 될 때면 허둥지둥 당황하면서 머리에서부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화가 나서 속으로 투덜거릴 때도 물론 있었다.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못 나올 때에는 미리 말해 달라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했다. 근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만 반주자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하니까 더 말하기가 어려웠는지 나를 더 단련시켰다. 점점 당황도 하지 않고, 의연해졌다. 으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교회로 향했다.

'오늘 그녀가 못 나올 수 있으니, 내가 하게 될 수도 있어.'

미리 전화라도 해 주는 날엔 오히려 웬일인가 싶고 당연한 것임에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임 반주자 동생은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문제가 발생하고 때로는 힘든 일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동생은 오랜 지병으로 아픔 속에 계시는 친정 엄마와 늘 딸 이상으로 돌봐드려야 하는 시아버지에, 본인 몸도 무리가 돼서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해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이런 사정들이 딱하기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녀의 부재를 채워주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힘든 마음이 이해가 갔기 때문에 자주 빠지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었고 머라 원망할 수가 없었다.


만나면 시원시원한 성격에 재치 있는 말솜씨로 늘 주위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그녀였다.

어쩌면 귀여운 동생처럼 측은지심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짜증 내고 따지기보다 등을 토닥토닥해주고픈 심정이었다.



어느 날, 차곡차곡 그녀의 빈자리를 매꾸고 있었는데 주객이 전도됐다. 게다가 노래까지 했다.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를 찬양이라고 하는데 찬양 인도를 하기도 하고, 교회의 특별한 절기인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성탄절)에는 사람들을 모아서 중창 또는 합창으로 찬양을 가르치고 연습했다.

여름성경학교나 수련회 때는 찬양을 인도하며 아이들과 함께 노래했다.

분명 전임 반주자인 동시에 찬양담당이 따로 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땜빵 싱어, 반주자가 전임이 되어 아우르면서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때로는 차라리 나를 전임으로 세워주기를 바라며 불평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왜 내가 대타이고 그 동생이 전임인지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교회에서 도맡아 하는 일이 많았다. 또래 여성 모임인 여전도 회장에 인터넷, 미디어 선교일도 하고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주일학교 교사로도 봉사를 하고 있어서 사실 손이 열개라도 모자를 지경에 이르자 이도저도 아닌 재대로도 안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노래를 좋아하고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찬양사역인데, 뜻대로만 되지 않는게 인생사라 했던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이것저것 손길을 뻗치고 있었고 , 재능이 있고 잘하는 그 친구를 키워주기 위해서 지지해 주고  맡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 하는 것도 많은데,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좋은 것도 있고, 그래서 좋지 않은것도 있다. 다 양면성이 있다.

만약 반주까지 도맡았다면 너무 부담스러워 어디로 숨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적당한 무게의 책임감이 좋았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다. 시원하고 홀가분할 줄 알았던 마음이 오히려 헛헛함이 밀려와 견디기가 어렵다.

갑자기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 내 삶에 필수 불가결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구나 싶고.

전임자의 부재를 채우며 나의 생활도 풍요롭게 채워지고 있었음을. 오히려 지금까지 반주하고 노래하면서 안온함을 느꼈던 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마침표를 찍으며 깨달았다.

고백하건데,

무언가 끝도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 어찌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울고 웃으며 참 행복했노라고.

그리고 하기 싫었던게 아니라 애달픈 땜빵생활을 사랑했노라고.


*사진출처 - pinterest



- 글을 쓰며 나를 향한 노래 -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 소향 <바람의 노래> -

https://youtu.be/bMWqmn1CNvo

드라마 '고백부부' OST [바람의 노래]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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