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
어릴 적 <붉은 돼지>를 볼 때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냥 돼지가 날아다니는구나... 쯤으로 대충 넘겼던 것 같다.
세월은 흐르고 이 영화를 다시 꺼내봤다.
한 폭의 그림 같았던 러닝타임이 지나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끔은 옛날이야기'이라는 OST가 흘러나왔다.
그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물이 마구 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건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 나도 아저씨가 되었구나.'
아저씨는 항상 멀고 먼 존재였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아직 난 아이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많은 짐들을 끌어안고 산다.
이 짐들을 싣고 나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아, 또 내 등 뒤의 짐보다 걱정이 커졌구나.
걱정은 적당히 하고 일단 뭐라도 해야 할까.
비행기를 만들던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