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드렁크러브
살면서 무던히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무너지면 안 되는 사람이다.
무너지면 모든 것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슬퍼서 무너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다가 울어본 적은 많지만
한 번도 내가 겪은 일 때문에 울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이별도, 친구와의 절연도, 대학교 낙방 소식도 날 눈물을 터뜨리게 만들지는 못했다.
차라리 맘껏 울고 털어버리면 될 텐데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외면한 것이다.
허나 화가 나서 무너져 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너지는 것도 제약을 걸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 제약을 푼 것이다.
그 어느 것도 무너지고 싶지 않았기에.
<펀치드렁크러브>속 베리 이건은
이런 나와 닮은 듯 다른 사람이다.
그는 영화 내내 무너지지만 마지막에는 우뚝 서버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