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과 상상

실현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by arr

최애를 다시 한번 만난다면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24년 봄, 2월에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에게 덕질이란 것은 만날 수 없는 미완성에 가까웠다.

대표적으로,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는 이상 마음까지 나눌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딱 한번 있는 최애의 생일날 생카를 보러 갔었다.

도착할 까지 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홍대역에 내려 걸어가는 10분 동안은 그 누구보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생일카페에 방문했던 나의 최애는 1시간 30분 동안 카페에 머물렀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만남 앞에 1대 1로 대화할 기회가 주어진 타이밍엔

횡설 수설 자초지종만 설명하다 시간이 끝나버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고맙다는 표현이었는데.

내가 어버버 하며 손끝을 보고 말하는 것을 약간의 미소만 띤 채 슥슥 사인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많이 생각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꾹꾹 눌러 담아 이야기하기엔

눈이 마주치면 오히려 도망가고 싶을 까봐 참았다. 당장이라도 얼굴이 새 빨게 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고 영상과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집에 돌아와선 블로그에 쓸 사진들을 정리했다. 몸살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쓰고 싶어 글을 쓴 뒤 업로드 했다.


이 일화는 작년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를 회상하자면

갓 22살이었고, 꿈도 없었고 이룬 것도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명확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그러나 그때의 추억은 하루를 꽉 채워 살고 싶은 욕심이 들게 한다.

암울해지는 마음이 들 것 같을 땐 그때 기록한 영상을 가만히 듣는다. 그리고 내가 쓴 블로그 글을 여러번 보며 웃음 짓고 만다.

그러면 어쩐지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내가 예전에 한 생각은 착각이었다는 것도 깨닫는다.

힘들 때 그의 영상을 항시 찾았었고, 그가 나온 영화를 수없이 돌려본 것과,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해서 다이어리에 붙였던 것을 난 기억 한다.


아직 부모님에게도 내 글을 먼저 보여주지 않았다.

난 욕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음.. 아닌 것 같다.

애정을 갖는 것만큼은 욕심이 차고 넘친 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글을 창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생각보다 공을 들여 머리를 써야 한다는 증거라는 걸 배운다.

쉽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어려운 문장을 이어가고 싶다.


내가 읽는 책에는 최애의 사진으로 만든 책갈피가 항상 함께 꽂혀있다.

독서를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름의 장치인 셈인데

내 책갈피를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말했다.

"ㅋㅋ아니 책 중간에도 홍경이 있는 거야??"

난 능청스럽게 부적 같은 거라고 말하며 받아친다. 그러면 사람들은 깔깔 거리며 나와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대화 주제는 항상 달라지지만.


거창하고 사랑스러운 말로 표현하자면 그는 소리 없는 기다림이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행운이었으며 나의 초조함을 달래주는 이미지였다. 또한 타지에서 외로움을 없애는 진통제였으며 영광의 순간 중 하나다.

그래서 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고 내 마음을 이어갈 수 있다.


글을 다듬고 취합해서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수필집을 내어 머리맡에 두고 자랑스럽게 잠드는 밤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건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 조용하게 선물하고 싶다. 요란하지 않게, 한아름 잡힐 만큼 작지만 크게. 1분 이상 바라보며 응시하는 글을 내보이고 싶다.


해보고 싶은 상상이 자꾸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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