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오빠의 결혼
25년 8월 25일.
친척오빠의 결혼식에 갔다.
고모와 내가 탄 고속버스는 뒤로 고개가 젖혀지는 프리미엄 버스였다.
"이야 이거 엄청 좋네~~"
일하는 가게를 벗어나 서울로 향하는 길은, 잠도 솔솔 오고 오늘이 느리게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택시를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하니 앞 시간 하객들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친척들 중 고모와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아직 신부대기실에 친척오빠와 신부님이 준비중이란 걸 전화로 듣게 되었다.
곧장 고모와 지하 신부 대기실로 내려갔다.
신부님을 그날 처음 뵈었지만 한눈에 봐도 오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잠깐 친척 언니와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언니는 친동생의 결혼에 덩달아 정신이 없다며,
큰 엄마께서 긴장을 더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분주한 분위기를 벗어나 로비로 돌아오니 친척 몇분이 곧이어 정문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정말 많이 바뀐 친척오빠들과 어른들.
내가 학생 때 보았던 모습과는 당연히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자 "어 딸~엄마도 지금 서울 올라왔어. 지하철 타고 가느라 아마 30분은 족히 걸릴 것 같네." 늦게 되면 먼저 들어가라고 하시곤 전화를 끊으셨다.
다행히 조금 뒤 더 많은 친척분들을 뵈었고, 고모가 말을 이어갔다.
"어우 우리가 엄마아빠(나에겐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돌아가시고 한번을 못 모이니..누가 누군지도 몰러~ 자주 모여야 소식을 알지."
"내 말이. 이제는 누가 먼저 모이자고 안하면 서로 소식을 몰라. 각자 살기도 바쁘니.." 작은 고모께서도 덧붙이셨다.
드디어 예식장 문이 열리고, 곧 있을 오빠의 결혼식을 위해 사람들이 물밀듯 입장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축하 속에서 사랑을 공표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열심히 쳤다.
서약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보며, 그 시간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힘든 티 내지 않고 함께 즐겁게 쇼핑을 즐기겠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옆사람을 위해 본인을 낮출 줄 아는 연애를 해온 사람들 같았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그릇엔 당신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는 결혼식이었다.
왠지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예식장을 벗어난
강릉행 버스에서 생각했다.
결혼은 도대체 무엇인걸까.
많은 자금과, 소중한 인연들과,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쑥스럽고도 기념비적인 날일까?
엄마는 알고 계실까요?
언젠가 엄마와 결혼에 대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엄마는 "부부는 말이야, 떨어지면 안되는거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같이 일하는 분께도 여쭤봤다.
"그냥 사는거에요. 육아도 함께 했으니까 전우애가 생기는 거죠. 친구같은 느낌이 더 커요."라고 하셨다.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주인공이 생각했던 결혼의 의미도 기억난다.
결혼은 원래 사랑이 있어야 하는 건데, 우리가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요.-
와 비슷한 대사였던 것 같은데.
사랑이 있다면 뭐든 해야 할 용기가 생기는 것인지 궁금했다. 사람은 가까울수록 더 신중해지며, 험난해지기도 하니까. 그리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걸 관통하는 것일 듯 하다.
왠지 혼잣말과도 닮았다. 혼잣말과 다른 건 서로 주고받는 무언가가 참 많다는 점이다.
나도 저런 결혼을 할 수 있나? 우리 엄마도 내가 결혼을 하면 울기도 하고 더욱이 엄마의 손을 꽉 잡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상상 정도는 해본다.
나의 결혼식 서약에는.. 애정하는 책의 구절을 인용한 말들이 있을 것 같다.
나의 손을 맞잡아 줄 남자를, 오래도록 내게 시선을 둘 수 있도록. 꼭 잡을 날을 상상하며 일터로 돌아온 하루였다.
축복받아 마땅한 날이다.
결혼, 정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