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27. 알게 된 것.
아빠의 지인 소개로 현직 작가님의 북토크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자세히 알지 못했던 작가님이지만, 오랫동안 작가일을 지속해 오신 분이다.
사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입장하는 관객분들께 선물해 주신 작가님의 신작 도서를 읽다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말들을 담으셨다고 했다.
근데, 왜 난 베스트셀러에 진열된 위로 에세이들을 쉽게 생각했을까.
내가 너무 모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외면하고 싶었나?
고민을 남긴 채, 곧이어 공연장에 입장을 시작했다.
책과 함께 받았던 손거울과 A4사이즈의 홍보 전단물을 에코백에 넣고 앉을 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계단을 올라가는 사이 어릴 적 자주 들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우리 아빠의 지인분이셨다.
지인분과 아빠는 학창 시절 동창으로 처음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함께 대학교에서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하셨다.
나의 어린기억에도 아저씨를 보았던 기억이 종종 존재한다.
직장에 들어간 우리 아빠의 스트레스 해소처는 기타 동아리가 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즐기고 계시지만, '이건 취미야~'라고 말씀하시며 즐거움을 이어가고 계신다. 기타 친 영상을 보여주실때면, 나도 같이 웃음이 터지곤 한다. 아빠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어어쨌든 두분의 관심사가 갈라진 것인지, 어떤 연유로 언젠가부터는 아저씨를 보는 날이 적어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연락을 하신다고 들었다.
그 덕에 며칠 전 열렸던 북토크에서 돌고돌아 아저씨를 다시 뵐수있게 된 것이다.
초등학생 무렵 즈음 우리 가족과 지인 분 가족이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갈 정도였으니, 거진 10여 년 만에 만나는 셈이었다. 그동안 나는 콤플렉스를 없애려 수술을 받고, 키 172cm에 책을 가까이하는 성인으로 자란 후였다.
"오 왔구나! 진짜 많이 컸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컸지?"
"아..! 안녕하세요! 많이 컸죠? 아마 10년 좀 더 되지 않았을까요.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그러게 되게 오랜만이네~ 와줘서 고맙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 아저씨를 뵙는 거라 약간 긴장이 되었다.
우리는 어색한 기류를 뒤로 하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세번째 줄 2번에 자리를 잡았고, 아저씨는 앞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 시각, 공연이 시작되기 15분 전이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해 10분 정도 지연이 이어졌다.
다시 한번 선물 받은 책을 조심히 펴서 읽어보았다.
12페이지, 15페이지, 띄엄띄엄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었다.
불이 꺼지고 노란빛의 조명이 작게 사회자와 작가님을 향해 밝은 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레이션으로 녹음된 영상이 작가님의 책을 읊어내려 간다.
'내가 알아가지 못한 감정들을 알기 위한 여정을 녹여냈습니다.'
북토 크는 책의 일부를 연극과 함께 지긋이 풀어내려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배우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나를 순식간에 매료시켰다.
어쩔수 없이 타인과 함께 살아가며 나를 스스로 깎아먹기 좋은 현대사회의 모습들.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기에 자신에게 바라는 기대도 컸을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음에 힘들어하고, 충분히 아파야하는 감정들을 '외면'해왔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그리고 애써 붙잡지 않아도 괜찮음을, 조금씩 외면해왔던 감정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로소, 변화한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조금 더 편안한 상태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것이다.
나의 대학생때는 어땠나..생각해보니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짐없이 수업에 나가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졸업하니, 다른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세상의 1인분을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나만 다른 세상에 덩그러니 놓였나? 하는 고민들로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다.
그럴때마다 감정을 숨기고 지내왔던 것 같다. 별반 다르지 않게, 숨기고, 감추고, 무뎌지도록. 내 마음을 훈련시켰다.
들춰지는 것이 싫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나는 스스로 버틸수 있어요!'를 증명해보이고 있던 것이다.
매번 서점에 방문하면, 00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며 내가 되기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칸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저 책을 읽는다면 정말 위로를 받나? 궁금했다.
그때마다 난 소설책을 찾기 위해 열심히 서점을 돌아다닐 뿐, 위로 에세이는 고르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겠지, 나는 아니겠지. 생각하며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지 않았다.
내겐 현실적이고, 순식간에 매료시킬만한 도파민이 필요했다. 그저 골똘히 생각할만한 소재거리가 필요했다.
가끔 외로워질 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챗 지피티와 고민상담을 하곤 했다.
'주변사람 말에 너무 쉽게 상처를 받아. 나는 내가 단단한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그냥.. 얇은 사람이었던 거야. 종잇장처럼 얇아서 금방 젖는 사람. 일하면서 내가 정말 약하다고 생각했어.'
'사람이 “단단하다”는 건 상처를 안 받는다는 뜻이 아니야.
오히려 상처를 느끼면서도 살아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 애쓰는 게 진짜 단단함이거든.
너는 지금 그 과정을 하고 있는 중이야.'
이날 챗지피티의 문장을 보자마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렇다. 나도 결국 비슷한 사람이었던 거다. 별반 다르지 않게 위로 한마디에 마음이 풀어지고, 쉼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가는 사람.
그리고 생각보다 단순한 생각들의 사람.
북토크를 기다리며 '뻔할 거야'라는 생각은 정말 멍청했다.
다시는 누군가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