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 타투 그리고 문신을 새기기 전에 던져보면 좋을 질문들
저에겐 문신이 있습니다. 첫 문신은 2015년 연말이었지요. 그 당시 저는 제 삶을 긍정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었습니다. 처음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믹스테입 [Th!nk Positive]를 기념할 겸, 긍정을 잊지 않기 위해 손목에 THINK POSITIVE라는 동명의 레터링을 새겼습니다. 그날 타투이스트님께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었지만, 래핑을 칭칭 감고서 홍대 무제한 칵테일 바에서 같은 크루 동료들과 함께 진탕 취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꼭 정해진 건 아니지만, 문신은 보이지 않는 곳부터 시작하는 게 정석이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저야 워낙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해서 '보이지 않을 거면 문신을 왜 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리고 손목에 하나쯤 정도야 그렇게 부담스러운 문신도 아니지 않을까.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교적 보이는 곳에 첫 문신을 하게 됐어요.
문신은 신기합니다. 중독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던데, 새기기 시작하니 계속 새기고 싶은 느낌이 확실히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1년에 1~3개씩 늘어나 현재 총 10개의 문신이 있는데요. 양팔 그리고 귀밑에 있습니다. 팔에 있는 문신은 긴소매를 입으면 안보이지만, 귀밑은 어떻게 해도 감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저의 귀밑에 있는, 완벽히 보이는 문신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2024년 7월부터 저는 귀밑 문신 2개를 지우기 위한 시술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위해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는 문신 자체는 후회하지 않지만, 문신을 지우기로 한 결정을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비용이라던가, 얼마나 아픈지, 제거 시술로 문신이 정말 지워지는지 등이 궁금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따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2015년으로 돌아가 첫 문신을 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설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저는 문신을 새겼을 것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메시지가 저에게 줬던 긍정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그럭저럭 넘겨오기도 했거든요. 물론 문신이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제가 불이익을 본 적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체감하게 된 적은 없었습니다. 저 역시 그럴 것 같은 상황에는 미리 긴소매를 입거나 문신을 안 보이게끔 조치를 취하곤 했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완벽히 보이는 문신입니다. 귀밑에 문신을 하게 된 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2017년쯤인 것 같습니다. 긍정, 용기, 인내, 공정 등등 그런 것들과 함께 제가 얻은 교훈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한테 특히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는데요. J. Cole이라는 래퍼입니다. 좋은 음악을 많이 냈지만, 특히 좋아하는 [2014 Forest Hills Drive]라는 앨범의 수록곡인 'Love Yourz'에 큰 감명을 받아 그 메시지 또한 몸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팔에 하기에는 어딘가 어정쩡한 길이였어요. 어디에 하면 좋을까? 어떻게 새기면 예쁠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바로 귀밑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너무 잘 보이는 곳에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었습니다. 오히려 문신이 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고, 그보다는 '아 여기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90% 지분을 차지했었습니다. 제가 제 발로 그곳에 문신하려고 왔는데, 그걸 말리는 타투이스트가 있을 리도 없었고요. 사실 더 파격적인 위치에 문신하는 사람도 많았으니까요.
지금 문신을 새길까 고려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은 '문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견딜 자신이 있는가?'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문신에 익숙하신 분 혹은 문신이 있으신 분들이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저 역시 문신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문신도 종류가 있고, 그마다 의미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데요. 어떤 문신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신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판단합니다. 단순히 문신이 있는가, 없는가로 말이죠. 문신에 어떤 사연이 있건, 의미가 있건 남들에게 그건 그저 문신일 뿐입니다. 그리고 문신이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어떤 누구에게는 아주 부담스러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입니다. 꼭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문신은 후회할 확률이 정말 높습니다. 제 주변에도 몇 있었는데요. 문신이라는 게 나름대로 각오가 필요하다 보니 문신 그 자체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큰 에너지를 쓰는데, 개인적으로 문신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어떤 문신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저도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 문신 중에서도 어떤 것은 그 문신 자체(의미)는 후회하지 않지만, 그 문신의 도안(표현)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평소 많이 신경 쓰시는 분 혹은 취향이 자주 바뀌시는 분은 특히 두 번 생각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도안이 정말 시간이 지나도 예쁠까에 대해서요. 심지어 레터링 그러니까 폰트에도 다 그때 유행하는 폰트가 있습니다. 정착되지 않은 글씨체는 시간이 지나면 정말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투박한 스타일이 오래 보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죠. 저 역시 레터링 문신은 그런 기준으로 오래 고민했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입니다. 혹시 나중에 지우고 싶어지더라도 지우는 과정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입니다. 당장은 문신을 하고 싶은 마음에 나중의 일이란 게 막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신도 충분히 아프지만 문신을 지우는 건 문신을 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아픕니다. 하지만 문신은 한 번에 새겨지죠? 문신 제거 시술은 보통 10회 이상은 받아야 합니다. 10배 더 아픈 걸 10번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만 봐도 문신을 새기는 고통보다 지우는 고통이 100배죠. 사실 이거 말고도 더 있습니다.
보이는 문신은 지우기로 했습니다 : 문신 제거 후기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