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문신은 지우기로 했습니다:문신 제거 후기 #2

문신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문신을 지우기로 한 이유

by 임동현

보이는 문신은 지우기로 했습니다 : 문신 제거 후기 #1와 이어집니다.


이제 문신을 지우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경험자로서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문신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물론 잘 지워지는 케이스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흔하지 않습니다. 그 흔하지 않은 사례를 가지고 문신 제거 병원에서는 광고를 합니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도 아니고요. 하지만 저는 현실적인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문신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과정 또한 굉장히 번거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우선 지우는 시술이 너무 아픕니다. 문신 부위가 크면 수면 마취를 한다고 합니다. 제 문신은 그렇게 큰 크기는 아니라 마취 크림만 바르고 시술을 받는데요. 레이저가 올라오는 소리랄까요. 위잉하고 팟! 하면서 탁탁탁탁 레이저가 제 문신을 지지는데, 그 위잉 소리가 올라올 때 공포감이 드는 수준입니다. 너무나 아픕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신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아픕니다. 마취 크림이라도 안 발랐으면 정말 첫 방에 충격받고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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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시술 2회차 2024년 10월, (우)시술 4회차 2024년 12월


번거로운 시술 후 관리

이제 다음 문제입니다. 시술 후에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문신을 새기는 건 사실 큰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첫날에 래핑 잘하고, 바셀린만 꾸준히 발라주면 끝이죠. 문신 연고도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크게 필요 없었습니다.


문신 제거는 다릅니다. 일단 며칠 항생제도 먹고, 처방 연고도 꾸준히 발라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신 부위가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잘 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잘 봉해버리면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데, 공기를 통하게 하려고 외부에 노출해버리면 그거대로 또 곪거나 감염의 위험을 마주해야 합니다. 그냥 잘 봉하고, 드레싱 밴드를 최대한 자주 갈아주는 게 좋습니다. 한 일주일은 매우 각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주일이 지났더라도 상처의 회복에 따라서 연고를 더 도포하고, 바셀린도 많이 발라줘야 합니다. 이 과정은 정말 귀찮습니다. 무엇보다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데요. 저는 자외선에 제대로 노출되는 귀밑 부위라 힘들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운동 때문에 밴드가 뜯어져서 자외선을 그냥 한 번 맞아본 적이 있는데요. 그거 때문에 상처 회복이 더뎌서 다음 제거 스케줄을 미뤄야만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자외선은 치명적입니다.


비싸다, 정말 비싸다

더 치명적인 부분이 남았습니다. 바로 돈과 시간입니다. 문신을 새기는 건 제거 시술에 비해서는 비싸지 않습니다. 저의 귀밑 문신은 다 합쳐서 15만 원쯤 했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개당 8만 원쯤으로 가격 맞춰서 새겼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문신 제거 시술은 두 개를 함께 지우는 게 회당 19만 원입니다. 10회 결제만으로 이미 190만 원이 들었죠. 게다가 약값도 있습니다. 드레싱 밴드도 사야 하고요. 시술받을 때마다 약국에서 쓴 비용이 4만 원은 됐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회당 19만 원이 아니라 23만 원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만 봐도 일단 문신 제거 비용은 문신하는 비용보다 최소 15배가량 비쌉니다. 보통 10회만으로 깔끔하게 지워지는 경우는 드무니, 최소 20배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네요. 하나 더, 이 비용 격차는 문신 크기에 따라 더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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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시술 7회차 2025년 3월, (우) 시술 9회차 2025년 5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 저는 이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문신 새기는 건 한순간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문신 제거 시술은 시술, 관리, 회복의 루틴으로 약 한 달의 텀을 두고 진행하게 됩니다. 10회 시술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통상적으로 약 9~10개월이 걸리는 셈이죠. 이 시간은 정말 번거롭고, 힘듭니다. 특히 여름은 더 불편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몇 번 받으면 지워지겠지, 1년까진 절대 안 걸릴 거야'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마음 편히 2년 프로젝트로 각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완벽히 지워질 거라는 기대도 버렸고요. 최대한 까만색만 안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대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원래 저는 문신을 지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할 마음을 갖게 해준 소중한 여자 친구가 어느 날 흘리듯 말했던 한 마디가 제 머릿속에서 한참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설득도 됐습니다.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사실 제가 문신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을 텐데, 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선입견을 가지게 된 상태로 저를 대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있고, 지금까지 저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면서 제 인생의 난이도를 제 스스로 올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건 없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제 인생의 난이도를 낮춰보고자 큰마음 먹고 보이는 곳의 문신 제거를 결심했어요. 긴팔로 가려지는 팔 부분은 딱히 지울 생각이 없습니다. 시간도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이 문신은 저에게 소중하거든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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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지우지 않는 문신들, (우)시술 9회차 이후 현재 2025년 6월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결국 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문신 제거는 돈, 시간, 고통이 문신보다 훨씬 크다는 점 그리고 문신하기 전에 생각해 보면 좋을 것들요. 문신 제거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잘 저울질하셔서 어쩌면 그냥 긍정하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실망이 크실 수도 있거든요. 막상 시작하면 그 과정도 너무 힘들고요. 문신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은 꼭 저의 3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시고, 그 3가지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질문해 보시면서 시간도 넉넉하게 가지고, 천천히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신이 있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계신 분들. 가끔 어떤 문신은 숨기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그것이 줬던 긍정적인 영향이나 그때 그 사연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 그리고 과거 나 자신이 내렸던 결정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을 더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동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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