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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로 마치 Jan 15. 2019

12. 남아공의 백인 토지 무상몰수와 흑인 재분배 정책

2018년 8월 3일  ~ 9일

Getty Images / 토요일, 케이프타운에서는 코이산 예복을 입은 남성이 백인 토지 무상 몰수라는 남아공 정부의 정책 공청회에 참석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지난 8월 1일 남아공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는 백인 소유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해서 흑인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재분배하기 위한 개헌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구의 9퍼센트에 불과한 백인이 경작 가능한 토지의 73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불평등한 상황에서 이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토지 개혁이 더디다는 불만 여론에 초조해진 신임 대통령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개헌이 통과될 수 있을지, 토지 무상몰수가 실제로 가능할지, 실현되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참 전에 이러한 백인 소유의 땅을 환수했던 나라가 있다. 작년에 축출된 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통치했던 짐바브웨이다. 2000년에 본격화된 토지개혁은 남아공의 무상 몰수 계획과 달리 유상으로 소수 백인의 농장을 환수하고 흑인들에게 재분배했는데, 이로 인해 서방세계가 짐바브웨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취하면서 대외원조가 끊기고 흑인들의 미숙한 농장 경영으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어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서 돈 한 바구니로도 달걀 세 알을 사지 못한다는 최악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혹시 농장 경영을 하지 못하는 흑인들이 그 모든 사태를 가져온 것으로 읽히지는 않을까 저어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백인 소유 토지 환수 조치에 대응해 경제 제재라는 칼을 꺼낸 서구 세계의 속 좁은 복수에  더 시선을 두었으면 좋겠다. 주인이 버젓이 있는 땅을 무단 침입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득을 챙긴 곳은 바로 백인들, 서구 사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소수의 백인이 흑인들의 나라에서 70퍼센트가 넘는 토지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동기가 무엇이든 땅을 원래 주인인 흑인에게 돌려주려는 남아공 대통령의 시도를 지지한다.  


다만 개헌이 성사된다면 짐바브웨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정교하게, 심혈을 기울여 정책을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컨대 유상도 아닌 무상몰수 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서구 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한 대비책, 어떤 흑인들에게 땅을 재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농장 경영 경험이 없는 흑인들에 대한 농업 교육 등이 준비되고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미흡한 토지개혁은 경제적 파탄뿐만 아니라 돌이키기 힘든 사회 분열까지 야기할 수 있다.  험난한 가시밭길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한국에 온 남아공 백인 유학생이 남아공 토지개혁에 대한 자신의 박사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독립 이후 한국의 토지개혁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남아공에서 배워갈 것이 많다고 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백인인 그 남아공 유학생은 백인 토지 무상 몰수 및 흑인 재분배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함께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백인의 편협한 입장보다는 남아공 국민으로서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이 시도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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