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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로 마치 Jan 15. 2019

2. 짐바브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18년 5월 24일 ~ 31일

AFP / 짐바브웨에서는6월 31일까지 마감될 선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요일, 예비 투표자가 자신의 세부 등록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아프리카마치의 단상-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사진 밑에 달린 설명과 사진에서 받는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 설명에는 분명  ‘예비 투표자가 자신의 세부 등록사항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내 눈에는 예비 투표자가 아닌 학생이 선생한테 뭔가 지시를 받거나 혼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눈에서 왠지 모를 저항감까지 느껴져서 사진과 설명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 짐바브웨라고  했지. 작년 11월 악명 높은 독재자 무가베가 대통령직에서 축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봐야겠다.


무가베는 자신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했는데, 거기에는 부통령인 음난가그와도 있었다. 음난가그와가 남아공으로 쫓겨나 있는 동안, 무가베가 홀대했던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결국 무가베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이어서 군대의 호위를 받는 음난가그와가 짐바브웨의 새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는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성격이 잔인해서 또 다른 독재자의 탄생, 공포정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만약 무가베가 계속 대통령이었다면, 이 선거는  그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장치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거는 쿠데타로 권력을 쟁탈한 음난가그와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하는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놓아졌다. 23명의 후보가 난립한다고는 하지만, 모두들 음난가그와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지 않은가. 


유권자가 벌 받는 학생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지금 이들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나라가 정한 정답을 찍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읽은 짐바브웨 출신 작가 노바이올렛 불라와요*의 ‘우리에게는 새 이름이 필요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소설에서는 선거를 통해 변화를 이끌자고 말하고 다니던 젊은이가 갑자기 죽었다고 알려지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에는 분명 현실이 녹아있을 텐데, 아직도 짐바브웨에서는 민의를 반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가 실시되기 힘든 것일까.


이 장면을 단순히 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라는 한 나라에 국한시켜서 볼 수는 없다. 다행히 우리는 투표와 선거로 국민의 의사를 당당히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굳건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세웠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지금 사진에서 추정되는 관제투표, 독재정치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가 힘겹게 이룩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항상 깨어있는 의식으로 돌아가는 시국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일 것이다.



p.s.  혹시 사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가? 사진 오른편의 투표자들은 모두 민머리에 가까운 짧은 곱슬머리인 반면, 왼편의 여성들은 모두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 쓰고 다닐 가발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빈부와 지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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