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2일 ~ 28일
슈퍼 이글스, 아틀라스의 사자, 타랑가의 사자, 파라오, 카르타고의 독수리.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 아프리카 국가 축구대표팀들의 애칭이다. 슈퍼 이글스는 나이지리아, 아틀라스의 사자는 모로코, 타랑가의 사자는 세네갈, 파라오는 이집트, 카르타고의 독수리는 튀니지 축구대표팀을 일컫는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럼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애칭은 무엇일까? 그 이름도 익숙한 ‘태극전사’이다.
나는 축구경기를 보면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아서 경기가 끝난 뒤, 그것도 이긴 경기의 골 장면만 볼 정도로 소심하고 무책임(?)한 축구팬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이 그렇게 유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축제의 장소에 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핑곗거리를 만들어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 때는 신기하게도 어디서 그런 담력이 생겼는지 눈 똑바로 뜨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출전한 3경기 모두를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았다.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꽤나 짜릿했다. 비록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스웨덴전을 제외하고 멕시코, 독일전은 경기 내용이 좋은 편이어서 우리의 월드컵은, 비록 아쉬움은 남더라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느낌이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프리카 5개국의 축구대표팀들 역시 모두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 축구대표팀들에게 별별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는데, 특히 모로코의 한 축구팬은 FIFA를 비난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가 러시아 강제출국을 강요당하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는가 하면, 세네갈 축구대표팀은 일본과 모든 면에서 동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도입된 페어플레이 규칙에 따라 경고 수가 일본보다 2개가 더 많다고 탈락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집트가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아깝게 역전패를 당한 뒤 TV 방송 축구해설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사진 속에서 세네갈 국민들은 자국 대표팀이 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거의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어떤 여성은 질 것을 예감한 듯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어떤 남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희망을 놓지 말자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기도 하다. 결국 세네갈은 콜롬비아와의 이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으로 지고 말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깝게도 처음 시도된 페어플레이 점수 때문에 일본에게 16강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세네갈 팀은 곧바로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선보이며 이번 월드컵을 마감했다.
이번 월드컵은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과 페어플레이 점수가 새로 등판하면서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로 진행이 되고 있다. 새 시스템이 때로는 축구 강국 또는 선진국들에게 유리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최근 부진한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한국 팀이 세계 1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만드는가 하면, 16강에 들어서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등 강팀들이 서로 필사적으로 대결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하는 등, 월드컵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역시 마음껏 선사하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 지구인들의 축제가 틀림없다. 아프리카에서는 전체 54개국 중 나이지리아, 모로코, 세네갈, 이집트, 튀니지, 이렇게 5개 국가들만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나머지 국가들 역시 아프리카 진출국들의 필승을 응원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을 전하는 둥근 공 하나에 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