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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로 마치 Jan 15. 2019

8. 최루탄의 매캐한 기억과 우간다 언론의 자유

2018년 7월 6일 ~ 12일

Reuters / 수요일, 우간다 기자가 수도 캄팔라에서 시위자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전투경찰이 최루탄 쏘는 것을 찍고 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최루탄. 정말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나는 시위보다 데모라는 말을 더 많이 썼던 1980년대에 초등학교(그 당시에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로 인해 데모가 끊이지 않았던 시절, 하필이면 고려대학교 근처에 살았던 나는 전경(전투경찰을 전경이라고 줄여서 말했다)이 쏜 최루탄 때문에 눈이 시뻘겋게 부어서 겨우겨우 집에 올 때가 많았다. 집에 돌아와도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기 힘들었는데, 물이 닿으면 따끔한 느낌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눈밑에 치약을 바르면 조금 나아진다는 말에 그렇게 해본 적도 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주택가에 전경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최루탄이 아무렇지 않게 쏘아지던 시절 말이다. 집에 있으면 대학생들이 우르르 뛰어가고 전경들이 쫓아가서 그들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를, 믿기지 않겠지만 들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큰언니가 종종 데모대에 서기도 했던 지라 엄마, 아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나 역시도 경찰이 들이닥쳐 우리 집을 수색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더랬다. 집에 있던 큰언니의 이른바 이적 서적들 때문에 말이다. 늘 뭔가에 짓눌려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무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간다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있다. 우간다 의회가 2018년 6월 페이스북, 왓츠앱 , 트위터 등 SNS 사용자들에게 매일 30원씩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물론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가 제안한 것이다.) 말로는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SNS 이용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실제로 우간다는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SNS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간다에서는 ‘대통령 선거’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요웨리 무세베니가 30년 동안 독재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그 전에는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아프리카의 학살자’ 이디 아민이 통치했는데 그는 1971년부터 1979년까지 대통령이었지만, ‘아프리카의 비스마르크’로 불리는 무세베니는 이디 아민이 실각한 후 무려 30년을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무자비함으로 치자면 이디 아민을 따를 수 없겠지만, 30년이라는 시간은 요웨리 무세베니 역시 이디 아민만큼이나 지독한 독재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간다 국민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는 한걸음 물러서서  2018년 7월부터 도입하려고 했던 이 과세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재검토를 한다는 것이지, 국민의 편에 서서 과세를 취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국민이 SNS를 사용해도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안을 찾거나, SNS 과세정책을 유지해도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을 방안을 찾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미봉책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간다의 방송사와 신문사는 모두 정부의 소유이다. 우간다 언론의  자유가 어느 수준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는 천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 전 독재정부가 던지는 최루탄에도 겁내지 않고 맞섰던 선배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언론의 자유, 정치적 자유는 상전벽해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 정권을 잡아서 이 나라를 다시 영원한 독재의 나락으로 떨어뜨려고 한 적이 있었고,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사람들이 언론의 자유를 무기 삼아 SNS를 타고 출처도 밝히지 못할 가짜 뉴스들을 범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우간다 국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고 독재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는 것인지, 단순히 SNS 사용자 과세정책에 반발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후자가 이 시위의 동기라 하더라도, 국민이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의사를 표현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최루탄 앞에서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은 저 기자의 자세가 우간다 언론의 자유로 연결되기를!  그리고 한국에서처럼 독재를 그리워하며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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