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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로 마치 Jan 15. 2019

9. 넬슨 만델라 탄생 백주년에 우리 정치가를 떠올리다

2018년 7월 13일 ~ 19일

AFP / 수요일, 남아공 도시 더반에서 한 초등학생이 고인이 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표시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최근 어떤 책에서 넬슨 만델라에 대해 언급한 글을 읽었다. 



“남아프리카의 첫 흑인 대통령 자리에 오른 넬슨 만델라는 살아 있는 성자로 불렸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감옥에서 27년을 보낸 자유의 투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가 워싱턴 컨센서스(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에 완벽한 경의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아룬다티 로이, 자본주의:유령 이야기)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글로벌 헤게모니를 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전략 또는 체제에 동조하지 않으면 이 시대의 제3세계 지도자들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목도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책의 저자인 아룬다티 로이에 따르면, 넬슨 만델라의 행보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제에서 사회주의가 삭제되었고, 남아공의 토지개혁과 보상, 광산의 국유화가 무로 돌아간 자리에는 사유화와 구조조정이 들어섰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의 도입, 나아가 신식민주의의 시작이었다.
  
 그렇다고 27년간의 옥중생활 끝에도 만델라가 주창했던 자유와 인종평등의 메시지가 퇴색된 것 같지는 않다. 사진에서처럼 그를 잘 알지도 못할 꼬마가 칠판에 사진을 붙여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높은 이상을 지닌 정치인이 정치를 하다 보면 본인의 의사와 달리 현실과 타협해야만 할 때가 있고, 자신의 모순적 결정에 고민할 거란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잘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만델라의 경로 이탈은 자립할 수도 있었던 남아공의 미래를 바꿔버린 중대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독립한 제3세계 국가들 중 강대국의 입김에 무너지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으랴. 우리나라도 그토록 기대했던 민주진보진영의 대통령들이 집권한 뒤 미국의 요구  또는 서구세계의 국제기구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동조하여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그 사례들을 미주알고주알 말하지는 않겠다.
  
 사실 내 마음은  타국의 정치 영웅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집중되어 있지 않다. 이 사진을 본 날 아침, 뜻밖의 비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잘 알고 지낸 듯 친근하게 느껴졌던 정치인 노회찬 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약자를 대신해 강자에게 송곳 같은 말씀을 해주시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는 곳을 빠짐없이 찾아가셨던 일당백의 정치인이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은, 슬픔을 지나 힘들 때  우리가 기댈 곳이 사라졌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틀이 지난  지금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비극을 몰고 온 그분의 작은 실수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의 모순에 대해서는 고백해야겠다. 나는 아프리카 국제원조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을 쓰면서 앞서 언급한 ‘워싱턴 컨센서스’의 준수를 강조한 적이 있다. 강대국이 제3세계 국가의 정치에 관여하여 원조 여부를 결정하는 이 전형적인 신식민주의적 행태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논문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논리 전개라고 자신을 이해시키면서 말이다. 시의적절한 주제의 논문이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스스로는 자랑할 수 없는 논문을 만들고 말았다. 앞으로의 주의 깊은 행보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을 씻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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