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프로마치 Jan 15. 2019

5. 말라위의 난민 캠프에서

2018년 6월 15일 ~ 21일

AFP / 말라위의 난민 캠프에서 부룬디 사람들이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마치의  단상-



아프리카 축제 사진을 좋아한다. 생기 넘치는 화려한 컬러사진이든,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지는 흑백사진이든, 탁 트인 광장에서 공연자와 구경꾼이 어우러져 있는 장면은 내게 설렘을 안기며 아프리카를 가장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다. 하얀 뭉게구름이 넓게 펼쳐진, 말 그대로 하늘색 하늘과,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황토색의 흙, 그리고 그 흙을 밟으며 다리를 쭉 뻗어 올린 원색 옷차림의 무희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 고민도 걱정도 없이, 활기차고 즐거울 것만 같다.


그런데 이 사진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말라위 난민 캠프에서 열린 공연 장면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 난민이라고 하면 허름한 천막에 주저앉아 절망에 사로잡힌 눈길로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으로만 떠올렸었는데... 이 사진은 개인적 기호 때문에도 좋지만,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 때문에도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주의 장면>으로 뽑지 않을 수가 없다. 


2018년 6월 현재, 한국에서는 제주도에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한데,  잠재적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유입과 범죄 증가, 문화 차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우려, 난민 지원에 대한 반감 등이 반대 이유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슬람 혐오주의가 존재한다.  아직 난민을 수용한 것도 아닌 난민 지위 심사를 앞둔 상황이고, 난민 인정 비율이 매우 낮은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반대가 심한 것은 이슬람 혐오주의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준다. 


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리고 우리도 과거에 난민인 적이 있었고 미래에 난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난민 수용에 찬성하고 싶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걱정과 위기의식을 이해하기 때문에 내 의견을 앞세워 그들에게 반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적이 실제로 만나는 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데 예멘 난민은 우리의 적도 아니고, 오로지 살기 위해 이  먼 한국까지 찾아온 사람들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의 우려와 달리 난민이 증가하면 범죄도 증가한다는 가설에 반대되는 통계도 있고, 난민  문제로 골치를 썩는다는 유럽에서 난민과 주민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미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진에서처럼  난민들 역시 춤추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혐오가 그들에게 없던 증오심을 일으켜 일어나지 않았을 테러가 일어난다고 상상해보자. 끔찍하지 않은가. 아주 단순하게, 내가 저들의  입장이라면 어떨지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더더욱 끔찍하지 않은가. 난민을 수용하면 어떻게든 문제는 발생할 것이다.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께 사는 이 세상에서 무조건 난민을 막기보다는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더 나은 처사가 아닐까.  힘들 때 도와준 친구만큼 고마운 친구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