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연애 시작
지나간 8년의 연애의 결과가 환승이별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사랑이 정말 싫어졌었다.
키가 169cm인 나는 몸무게가 49kg까지 빠졌고
불면증도 얻었다.
미련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21살에 만나
29살에 헤어져
20대가 텅하고 사라지는 그 공허함을 견디긴 쉽지 않았다.
이별 후 사람과 사랑이 모두 싫어졌을 때
다행히 내 옆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상처도 받았지만
위로도 받은 게
결국 사람이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다시 세워주기도 한다는 걸.
내가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단 걸.
친구들이 말했다.
내 인생에 한 사람밖에 없는 건 안타깝다며
일단 닥치는 대로 사람을 만나보자고.
소개팅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소개팅을 하면 할수록 점점 자괴감에 빠졌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간 사람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존심이 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정신이 반짝하고 들었다.
소개팅을 멈추자!
소개팅이 나빴던 건 아니다.
감사하게도 다들 나를 좋아해 주셨고, 많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그들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개팅은,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싫어하던 것, 불편하던 것,
무엇보다 내가 쉽게 타협해 왔던 부분들.
이전의 8년 연애에서는
나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와의 연애를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 조금 제대로 알아가자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야지
먼저
팍팍해진 피부를 좀 되살리고 싶어
피부과를 다녔다.
연애를 안 하니까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내가 배우고 싶던 것들을
하나씩 제대로 배우고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그 좋아하던 운동도 다시
전 남자친구와 마주칠까 봐
피하던 동선이었지만
용기를 내 부딪혔다.
지금 생각하면 왜 굳이 갔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날 위해 이기적이기로 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길 바랐다.
그때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같이 살고 같이 일하기에 매일 만났지만
조금 다른 깊이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지난 나는 8년 연애를 부모님께 비밀로 했었다.
그때 난 다짐했다.
이제는 부모님께 말하지 못할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어느 날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볼링을 치러 갔다.
한때 아마추어 볼링선수로
날아다니던 아버지는
딸과 함께 치는 게 재미있으셨는지
너무 즐거워 보이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제일 먼저 다시 배우기로 한 건
볼링이었다.
숨고를 통해 볼링 레슨을 잡았고
주 2회 레슨을 받으며
혼자 볼링장에 가 연습도 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지니
삶이 재미있어졌다.
내 마음대로 사는 그 자유가 너무 좋았다.
어느 날 좋은 기회로
마이볼, 내 전용 볼링공도 생겼다.
이렇게 나와의 연애를 꽤나 재미있게 살아가며
나는 비혼주의자가 되었다.
혼자가 너무 좋았다.
그때의 내 믿음은 꽤 단단했다.
혼자가 너무 좋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예상하지 못했다.
친한 언니를 만나러 갔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