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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l 28. 2023

모든 것을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요약본 시청은 제대로 된 감상이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예능, 다큐멘터리, 뉴스, 심지어는 4분짜리 뮤직비디오까지 '유튜브 요약본'으로 보는 때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방송영상트렌드&인사이트'에 이 같은 주제로 글을 썼다.


https://www.kocca.kr/trend/vol35/sub/s13.html


요약하자면, 이미 '콘텐츠'는 하나의 조각 정보가 돼버린 시대에 '요약본'을 찾는 태세는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 됐다는 것이다. OTT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OTT들은 요약본 유튜버들과 협업을 한 경험이 있거나 협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유튜버에게 '우리 링크라도 넣어달라'라고 할 정도로, 요약본으로 인한 유입 효과 역시 인식하고 있어 복잡한 문제가 됐다.


또한 요약본을 보는 시청자들을 '제대로 된 시청 습관이 아니다'라고만 보는 것은 조금 단편적이라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최근 콘텐츠들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매우 넓은 세계관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거나, 시즌제로 진행되거나, 과거에 유행한 콘텐츠를 리부트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새로운 콘텐츠를 보기 전에 '요약본'으로 그 세계관을 공부하기에 오히려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발판으로 '요약본'을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또한 과거에 내가 사랑한 콘텐츠를 복습할 때도 요약본을 본다. 이렇듯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기 위한 요약본 수요도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결말처럼, 이러한 시청습관을 만들어낸 것은 일부 공급자 측면에서 시작된 점도 있다. 한국에서도 역시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을 요약본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급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홍보'로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 '공급자'들이다.


물론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요약본이 아닌, 저작권을 침해하며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보려고 하는 유튜버들에 대해서까지 옹호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유튜버들에게 저작권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런 현상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읽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작년에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흥미롭고, 어쩌면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의 정점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기사로 작성하기도 했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311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단편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들이다. 어떠한 현상을 보고 '이렇게 해선 안돼!',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등의 비판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에 대해 탐구하는 자세로 글을 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무언가 하나의 결말을 내고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식의 해결책을 얻기 바란다면 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어떠한 현상에 대해 적확한 몇 가지의 원인만을 가려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해결책 역시 한두 개인 현상은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현상에 대해 결말과 해결책을 드러내려고 하기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하고 탐구하는 글을 좋아한다.


결국 이 책에서도 '빨리 감기로 보는 현상'을 시대상과 연결해 풀어낸다. 오늘날 젊은 이들은 콘텐츠 하나를 보는 것에도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으며 재미없는 작품을 보면서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을 '실패'라고 여길 수밖에 없고 그러한 '실패'를 매우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짚어내는 일은 '저런 시청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야!'라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인간에게 애정을 가진 이의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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