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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09. 2023

의외의 자장가, 뉴진스의 Ditto

돌보는 음악들

뉴진스의 노래 가운데, 'Hype Boy'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곡은 'Ditto'다. 두 곡 모두 250과 Ylva Dimberg(일바 딤버그)가 함께 작곡한 노래다.


'Ditto'의 경우는 생각지 못하게, 아기의 자장가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육아 동지 중 한 명이 자신의 자장가도 'Ditto'라고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한 육아 인플루언서도 'Ditto'를 자장가로 많이 불러준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그 외의 많은 이들이 은근히 'Ditto'를 아기에게 자장가로 불러주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처럼 'Ditto'에는 무언가 '자장가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음악평론가는 아니어서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어쿠스틱으로 부를 때 자연스러운 음정이 그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Ditto'를 흥얼거리면서 자연스럽게 가사를 찾아봤다. 가사 역시 라임이 딱딱 들어맞는 게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음정이나 가사 모두 사람이 '입으로 부르기 좋은 노래'이기에 엄마들의 자장가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가사 가운데, 이 부분을 가장 많이 부르게 된다. 'middle, little, riddle', 'ditto, 미로, 대로'로 이어지는 라임이 아주 입에 짝짝 붙는 구간이다.

But I don't want to Stay in the middle
Like you a little, Don't want no riddle
말해줘 say it back Oh say it ditto
아침은 너무 멀어 So say it ditto
I don't want to Walk in this 미로
다 아는 건 아니어도 바라던 대로
말해줘 Say it back Oh say it ditto
I want you so, want you So say it ditto




'입으로 부르기 좋은 노래'라는 요소만으로 자장가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Ditto'의 음정은 무언가 굉장히 뭉클한, 서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맛이 있다. 자장가는 무언가 서정적이고 '슬픈' 감정이 섞여있다는 특징이 있지않나. '엄마가 섬그늘에' 같은. 


특히 'Ditto'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특유의 일본 세기말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이와이 슌지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하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뭉클하고도 어딘가 안타까운 감성, 우리가 10대를 떠올렸을 때의 그 감정을 훅 올라오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를 보지 않고 혼자 흥얼거릴 때도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면서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곤 한다.  




최근의 뉴진스 뮤직비디오 'Cool with you'의 경우 배우 정호연과 양조위가 출연하고 신화를 기반으로 한 매우 흥미로운 영상을 내놓아 화제가 됐는데, 그만큼 'Ditto'의 뮤직비디오도 짧은 단편영화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UydWEqKwE


뮤직비디오에는 뉴진스와 함께 캠코더를 든 한 10대 소녀의 모습이 함께 나온다. 그 10대 소녀는 뉴진스를 줄곧 촬영하고 뉴진스와 함께 어울리고 비도 함께 맞지만, 결국 뉴진스에게 '사슴'과 같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녀는 꿈에서 혼자 깨어나고, 반 아이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아이돌을 '덕질'하는 이들이라면 자주 느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 '현타'가 오는 그 감정을 잡아낸 것이다. 물론 아이돌 역시 팬들을 의식하고, 팬들이 떠나갈 때 씁쓸함을 느낀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뉴진스를 덕질하던 소녀는 캠코더를 부수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년과 함께 길을 걷게 된다. 뮤직비디오는 'side A'와 'side B'를 모두 보아야 한다.


(뉴진스의 많은 뮤직비디오를 돌고래유괴단이 만들었는데, 캐논이나 이마트 광고로 유명해진 영상제작회사다. 영화 같은 광고로 화제가 됐었는데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 유명해진 것 같다.)


이 뮤직비디오를 생각하면서 나의 10대를 회상하고, 또 이렇게 풋풋하기도 하고 마음이 저릿한 10대 시절을 보낼 아기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곤 어쩐지 부러움과 함께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따라 부르기 쉬운 음정과 입에 붙는 가사, 서정적이고 뭉클한 곡의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주는 뮤직비디오까지. 왠지 'Ditto'를 자장가로 부르고 있는 숨어있는 육아인들이 많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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